[일본 센다이·후쿠시마 겨울여행] 우뚝 솟은 얼음기둥 '수빙'…예술품이 따로 없네


도쿄와 오사카는 한 번씩 가봤다. 온천으로 유명한 규슈도,스키의 홋카이도도 섭렵했다. 이제 일본은 다 돌아본 걸까? 천만의 말씀.일본 여행 마니아에게까지 추천할 만한 곳이 바로 동북지방이다. 도쿄 북쪽에 위치한 후쿠시마와 미야기현 등 동북지방은 겨울에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여유롭고 소박한 자연과 사람들을 마주치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훈훈해진다. 곳곳에 위치한 온천도 지친 여행자의 심신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겨울이 가기 전,일단 항공권부터 예약하고 보자.계획 없이 급하게 가는 게 일본 여행의 장점 아닌가.

Take 1) 액티브한 겨울, 미야기미야기 여행은 센다이시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센다이 근교에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 숙소를 잡고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돌아다니면 된다.

우선 교토 히로시마와 함께 일본 3경으로 불리는 마쓰시마 만으로 가보자.센다이에서 JR기차로 20분 정도 가야 한다. 마쓰시마에서는 배를 타고 근처 바다에 있는 260여개의 섬을 관람할 수 있다. 12월부터 3월까지는 배에서 굴 전골인 '가키나베'를 맛볼 수 있는 겨울행사도 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굴을 먹는 그 맛이란….입과 눈이 호사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배삯을 포함해 1인당 3400엔.굴 크루즈는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만 운행하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겨울 바닷바람이 거칠었다면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선착장 인근에 있는 옛 정자 '칸란테'에서는 다도를 체험할 수 있다. 600엔 정도 내면 '마차'라는 일본 전통 가루녹차가 과자와 함께 나온다. 원하면 차 마시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건너편의 작은 사당인 '엔츠인'에 들러도 좋다. 1000엔으로 염주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친구나 연인에게 줄 작은 선물로 나쁘지 않다. 센다이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자오.이곳은 눈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예술품인 '수빙'을 감상할 수 있다. 수빙은 나무에 눈이 계속 쌓여 생긴 거대한 얼음기둥.수빙을 보기 위해서는 '미야기 자오 스미카와 스노파크'에서 설상차를 타야 한다. 흡사 장갑차와 같은 설상차를 타고 덜컹덜컹 40분간 슬로프를 오르면 어느새 눈의 왕국이 펼쳐진다.

주변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얼음기둥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햇빛에 반사된 수빙은 흡사 수정처럼 빛난다. 1800m 정상의 세찬 바람도 이 아름다움을 날려 보내진 못했나 보다. 수빙의 눈을 살짝 떼어내 먹어본다. 깨끗한 눈의 결정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Take 2) 고즈넉한 겨울, 후쿠시마미야기 남쪽에 위치한 후쿠시마는 리조트의 천국.겨울에 즐길 수 있는 스키장과 온천은 후쿠시마 서부 지역인 아이즈에 집중돼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춥고 눈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세 번째 크기의 현일 정도로 넓어서 한적한 설국(雪國)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에도시대 번성했던 숙박촌 오우치주쿠.아이즈와카마츠시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40여채의 전통 초가집(가야부키)이 남아 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당시 일본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흔드는 것은 온통 눈으로 덮인 마을풍경이다. 사박사박 눈을 밟으며 거니는 마음이 왠지 애틋하다.

조금 출출하면 후쿠시마의 명물 메밀국수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1050엔에 대파 메밀국수를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다. 맛이 조금 알싸하지만 실내가 훈훈해서인지 한 그릇 뚝딱 비운다. 발길을 돌려 후쿠시마의 중앙에 있는 이나와시로 호수로 간다. 일명 '물보라 얼음'을 보기 위해서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얼음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신기한 광경에 압도당한다. 파도가 호숫가에서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것.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카메라에 물보라 얼음을 담는다. 셔터를 연신 누르는데 '푸드덕' 한 마리 새가 날아오른다. 이나와시로 호수에서 겨울마다 볼 수 있는 백조다. 수백마리의 흰 새들이 물위를 유유히 떠다닌다. 그 평화로운 광경에 심취해 있을 즈음,어느새 석양이 내려앉는다. '백조의 호수'가 붉게 물들어간다.

센다이·후쿠시마=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여행 TIP
인천공항에서 센다이 및 후쿠시마까지 약 2시간 걸린다. 아시아나항공이 센다이 주 7회,후쿠시마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센다이에서 마쓰시마까지는 JR센다이역에서 센세키선(仙石線)으로 혼시오가마역 또는 마쓰시마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30분 정도 걸린다. 수빙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미야기 자오는 센다이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개별 여행자라면 주변 온천료칸 및 호텔에서 제공하는 센다이역발 셔틀버스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센다이 후쿠시마 공항 모두 면세점이 작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국내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사는 게 낫다. 엔화 환전은 여행 전 미리 하는 게 좋다. 공항이나 일본 현지에서 할 경우 수수료가 훨씬 비싸다. 110V 플러그가 필요하다. 현지 날씨는 서울보다 포근하지만 산이나 호숫가의 경우 체감 온도가 훨씬 낮다. 모자 장갑 등 방한용품은 필수다.

센다이 및 미야기현에 대한 관광정보는 미야기현 서울사무소(02-725-3978,www.miyagi.or.kr)에서,후쿠시마현 관광정보는 현의 관광 및 홍보 대행사무소인 ㈜ICC(02-737-1122,//fukushima.japanp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