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 예상했는데 527만원"…대학 등록금 정보 왜 없나

주요 대학 대부분 대입 모집요강에 명시안해
고지서 받고 '헉'…학부모들 목돈 마련에 애먹어
올해 자녀가 H대 영어통번역학부에 합격해 기쁨에 차있던 채모씨는 지난달 527만원이 찍힌 등록금 고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400만원대를 예상하고 등록금을 마련 중이던 채씨는 서둘러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느라 마음이 급했다. 채씨는 "예상보다 등록금이 비싸 놀라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등록금을 준비할 여유가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각 대학들이 신입생 등록을 받기 시작하면서 예상을 벗어난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학부모들이 애를 먹고 있다. 대학에 합격하고 등록금 고지서를 받기 전까지는 정확한 액수를 알 방법이 없어 단기간에 목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20개 대학 가운데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집요강에 등록금을 명시하지 않았다. 2개 대학도 재외국인특별전형 등 일부 전형에 한해 등록금을 명시했다. 전년도 등록금 액수를 기재한 곳은 5곳에 그쳤다. 모집요강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의 입학전형 등 정보를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지만 등록금에 대해서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의 합격을 확인하고 나서 등록금 납부기간까지 최대 2주일 사이에 등록금을 허둥지둥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 심지어 추가모집 기간에는 합격자 발표 다음 날까지 등록금을 마련해 납부해야 한다.

2008년 12월부터 등록금 정보 등을 담은 '대학정보공시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지난해 등록금을 확인할 수 있을 뿐 향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여부와 인상폭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등록금 납부철만 되면 대학들은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최근 '등록금이 왜 이렇게 비싸냐''연대만 왜 등록금을 올렸느냐'는 학부모의 항의 전화가 하루 10통 이상씩 걸려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모집요강에 등록금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외대 경제학과에 자녀가 입학할 예정인 오모씨는 "모집요강을 통해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으면 학부모들은 허둥대지 않아도 되고 심리적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교육도 하나의 상품인데 가격을 알고 입학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등록금 정보가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데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 탓에 등록금 액수가 대학을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은 되지 않겠지만 학생이 처한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는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에 입학 예정인 자녀를 둔 김모씨는 "입학원서를 낼 때는 합격만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모집요강에 등록금 정보가 없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막상 5개 대학에 합격해 등록할 곳을 고르다 보니 등록금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는데 고지서가 날아올 때까지 등록금 수준을 알 수 없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모집요강에 등록금 정보를 포함시키는 데 소극적이다. 현재 모집요강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학들이 등록금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각자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제공하면 그만이다. 대학들은 모집요강이 등록금이 결정되는 시기보다 앞서 수시는 6월,정시는 11월께 정해지기 때문에 모집요강에 등록금 정보를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등록금은 모집요강 발표시기 이후에 결정되기 때문에 공지할 수 없다"며 "등록금 인상을 모집요강 전에 결정하고 싶어도 학생회 등 내부 구성원과 협의를 거치다보면 보통 1월 중순께 결정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학의 노력에 따라 등록금을 모집요강 발표 전에 확정,등록금 정보를 미리 제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지난해 총학에서 9월부터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를 빨리 열자고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12월에야 첫 회의가 열렸다"며 "학교에서 2010년도 가(暇)예산 자료도 없다고 주장해 협의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