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공부의 神 학습법,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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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별 학습전략 따져보니…
Yes : 하위권, 수학공식 무조건 암기…중ㆍ상위권, 영어사전 멀리해야
No : 국어, 쉽고 재밌는 글부터 속독…새벽 3~4시까지 안자고 공부
학부모들 사이에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KBS의 월화 드라마 '공부의 신' 때문이다. 꼴찌를 다투는 학생들을 모아 일류 대학 '천하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교사 역할을 자처하는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만화 '드래곤 사쿠라'가 원작이다. 학부모들이 관심 갖는 대목은 드라마가 제시하고 있는 국어 수학 영어 등 과목별 학습법이다. '이렇게 하면 단시간 내 성적을 올려 천하대에 간다'는 주장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 천하대가 지칭하는 서울대 학생들은 이런 공부법을 어떻게 생각할까.
◆영어 사전 찾지 마라? "NO"드라마에서 영어 교사 앤서니는 사전을 찾지 말고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하도록 가르친다. 서울대생들은 이 방법이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유현경씨(서양화과 석사과정 · 26)는 "중 · 상위권 학생들은 사전을 찾지 않는 게 좋지만 기본 구문을 외우는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답을 결정하는 1~2개 문장을 잘못 해석하면 전체 맥락을 알아도 소용없으므로 사전을 아예 멀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국어교육과 3학년 김동선씨(22)도 "수능 수준의 영어라면 어휘 공부만으로 90% 해결이 가능하다"며 "속칭 '스킬(정답 찾기 요령)'은 10%에 불과한 만큼 너무 기대지 말라"고 조언했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랩 형태로 영어를 익히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반면 주요 영어 구문 100개를 외우는 방식은 상당수 서울대생들이 지지했다. 경영학과 1학년 이유진씨(21)는 "5형식을 몸에 익히면 독해력이 높아진다"며 "기초 문법이 탄탄하면 어려운 문법도 금방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 공식부터 외워라? "YES"탤런트 변희봉이 도사처럼 분장하고 나오는 차기봉 선생의 수학 비법은 '암기'다. 공식을 무조건 외워서 100문제를 10분 안에 풀 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을 몰아붙인다. 많은 서울대생들은 하위권 학생에게 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수긍했다. 심리학과 1학년 박용택씨(20)는 "단순 계산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꼭 필요한 공식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유전공학부 1학년 윤수열씨(21)도 "암기도 곧 이해라고 생각한다"며 "수학은 비슷한 문제 유형이 반복되는 만큼 공식을 외워 적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반면 경영학과 4학년 배원표씨는 "현실에서 수능 수리영역은 암기라기보다는 논리 과목"이라며 "상위권이 될수록 암기만으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국어 쉬운 글부터 속독해라? "NO"
쉽고 재미있는 지문부터 읽으며 속독을 익히는 국어 비법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서울대생이 "중학교에서나 적용되는 방식"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인문계열 1학년 이정훈씨는 "시간이 없는 고교생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며 "차라리 교과서에 있는 지문을 정면 돌파한다는 생각으로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선씨는 "언어영역은 공부라기보다 훈련"이라며 "일주일에 2회 정도 모의고사를 풀되 문학작품은 작가 중심으로 보고 시는 단어의 의미를 중심으로 'OX 문제'를 풀 듯 접근하면 편하다"는 팁을 내놨다.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영역을 통합적으로 외우기 위해 주요 내용을 나무처럼 구조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경제학과 3학년 김모씨(23)는 "외울 게 많지만 각 단원 간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며 "나무를 만들면 이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보여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오시스템공학계열 2학년 이모씨(21)는 "고교 시절 나무 그리기를 시도했다가 복잡해지기만 해서 그만뒀다"고 회고했다. ◆"드라마 볼 시간에 공부하라"
서울대생들은 드라마 열풍에 대해선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드라마에 나오는 학습법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도 아닐 뿐더러 대학 서열화만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 볼 시간에 공부를 하라"고 꼬집는 학생들이 많았다. 경영학과 4학년 백재승씨는 "드라마는 대체로 수학은 중 · 하위권,영어는 상위권에 맞는 방법을 제시한다"며 "자기 실력에 맞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극중에서 새벽 3~4시까지 공부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휴식과 충전이 필요한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이 제시됐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실제 수리영역은 30문제를 100분 안에 풀면 되는데 드라마는 100문제를 10분 안에 풀라고 하는 등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자신의 방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