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억측 낳는 고도제한발표 연기

국방부는 당초 4일로 예정됐던 성남시 건축고도제한 완화 여부에 대한 발표를 갑자기 연기했다. 국방부의 이번 주 보도자료 발표 주간계획에는 이날 성남시 고도제한 완화발표가 잡혀 있었지만 기자들에게 이유를 공식 설명하지 않은 채 취소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지방 비행장과의 조율 문제 때문에 성남시 고도제한 완화 발표를 2~3개월 연기하게 됐다"며 "이르면 오는 4월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성남시의 비행고도 제한 완화 폭과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외부 전문업체(세동엔지니어링)에 의뢰한 비행안전 영향평가 용역 결과를 지난 1월8일 받았고,이를 토대로 1월 중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었다. 현재 성남시는 58%에 해당하는 지역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경로로 인해 건축고도 제한을 받고 있으며,해당 지역에서는 건축물을 최고 45m 높이(13층 안팎) 이하로 짓도록 돼 있다.

국방부의 발표연기 소식에 성남시와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성남시 고도제한 완화는 지난해 초부터 여러 차례 미뤄져 오다 올초 확정 발표키로 돼 있었기 때문.성남시 관계자는 "이번에도 발표가 늦춰지면서 성남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이틀 전에 구두상으로 고도제한완화 발표가 늦어진다는 통보를 국방부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비행장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도제한 완화 발표가 4월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공인중개사무소에는 걱정반 우려반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A공인중개는 "현지에는 이미 23층 이상으로 완화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국방부가 발표를 늦추면서 근거없는 투기 심리만 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노린 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김홍중 명지공인중개 대표는 "3~4월에 발표를 한다면 분명히 선거를 위한 노림수"라며 "심지어 선거용으로 우려먹고 선거 이후에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생명권 및 재산권과 직결된 비행장 주변 건축고도제한 완화가 '정치쇼'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성선화 건설부동산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