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도요타 리콜 확산에 '고속질주'

현대차 사상최고가 근접…세계 시총 순위 7위로
기아차는 1년 신고가…美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현대 · 기아차가 쾌속 질주하고 있다. 작년 4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도요타 리콜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예상한 외국인과 기관들이 이들 종목을 같이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연초 부진을 딛고 지난해 12월30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12만1000원)에 성큼 다가섰고 기아차는 1년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로써 현대차 시가총액은 중국 상하이자동차(3일 기준)를 제치고 세계 7위로 도약,6위인 BMW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1위인 도요타와의 시총 격차도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2277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좁혔다.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자동차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어 현대차가 연내 15만원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압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주도 동반 상승4일 코스피지수는 1.40포인트(0.09%) 오른 1616.42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3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순매수와 프로그램 매물이 팽팽히 맞서며 등락을 거듭하다 장 막판 소폭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시총 상위주들이 혼조세를 보였으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들은 큰 폭으로 올랐다.

현대차는 4000원(3.57%) 상승한 11만6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들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한때 11만7500원까지 급등,사상 최고가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기아차는 2.93% 오른 2만1100원을 기록,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강세를 보이면서 현대모비스(2.72%)를 비롯해 한일이화(13.39%) 성우하이텍(5.24%) 등 자동차 부품주들도 덩달아 큰 폭으로 뛰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총 순위에서 약진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 시총은 215억달러(3일 원 · 달러 환율 기준)로 상하이자동차(197억달러)를 제치고 7위로 한 단계 올라갔다. 기아차 시총(69억달러)을 합치면 6위인 BMW(279억달러)를 앞선다.

현대차 시총은 2007년 말 세계 주요 16개 자동차업체 중 12위에 그쳤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세계 1위인 도요타의 시총과 비교하면 2007년 말엔 도요타 시총의 5% 수준이던 것이 현재 16%로 급신장했다.

◆미국 시장점유율 8% 선으로 확대 전망현대차와 기아차의 동반 급등은 도요타의 리콜 사태에 따른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는 기대에서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도요타의 리콜 대상 8개 차종 중 7개 차종이 현대 · 기아차의 주력 차종과 겹친다"며 "이번 사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1년 전 GM 파산 때보다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서 연구위원은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1%에서 올해는 8.3%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현대차가 YF쏘나타와 투싼ix 등 신모델을 미국 시장에 집중 투입한 시기에 도요타 사태가 터져 미 시장에서의 신차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 실적은 1분기 내내 주가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원가 경쟁력이 좋은 신차 판매 비중 확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이미 작년 4분기 실적에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호평을 발판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목표주가는 쑥쑥 올라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로 각각 15만원,17만원을 제시했으며 LIG투자증권은 20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도요타 리콜의 수혜뿐 아니라 도요타가 미 시장을 통해 가졌던 글로벌시장 지배력을 현대차는 중국 시장을 통해 이뤄나갈 것"이라며 "향후 1년 목표주가는 15만8000원으로 예상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30만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김동윤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