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보안 '초비상'] 삼성전자 냉장고 기술도 협력社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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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이어 냉장고 기술도 유출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 핵심 기술도 경쟁사로 새나갔다.
◆이번엔 냉장고,발전설비 기술 유출광주지검 특수부는 4일 삼성전자에서 협력업체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양문형 냉장고 개발기술 파일 209개를 빼돌린 전 삼성전자 직원 A씨(41)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씨에게 기술을 넘긴 현 삼성전자 과장 B씨(39)는 불구속 기소했으며 A씨와 공모해 기술을 빼돌린 전 삼성전자 부장 C씨(49)는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고교 후배인 B씨를 종용해 1082억원을 들여 개발한 양문형 냉장고 개발 핵심 기술 파일 2개를 건네받은 데 이어 현재 중국 모 전자업체 고문으로 재직 중인 C씨로부터는 연구개발비 1800억원 상당의 냉장고 기술 관련 파일 118개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빼돌린 기술을 토대로 중국 모 가전업체와 1년에 24억원을 받기로 기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2억4000만원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계약에 따라 아예 홍콩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모 가전업체에 본격적인 기술지원을 하려던 과정에서 검찰에 적발됐다.
또 경찰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O사를 통해 이동식 발전설비(Packaged Power Station · PPS) 기술과 관련한 도면을 불법 취득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는 모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PPS 기술이 새나간 정황을 포착,협력업체를 검찰에 고소했다. PPS는 디젤엔진 등 발전기 구동에 필요한 장비들을 컨테이너에 담은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로 현대중공업이 세계최초로 개발해 유일하게 생산중이다. ◆기업들 비상 속 대책 마련 고심
기술 유출 사고가 잇따라 터지며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협력업체와 전 · 현직 임직원들을 통해 이뤄지는 유출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신현구 산업기술보호협회 기술보호팀장은 "보안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삼성전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걸 보면 다른 회사들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람이 오가면서 정보가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직원들의 철저한 보안 의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 관련,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CEO 특별 메시지'를 보내 "보안은 기업의 경쟁력 유지는 물론 생사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라며 "규정과 프로세스를 준수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협력업체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현구 팀장은 "이번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에서 보듯 협력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 보안 수준을 동일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임도원/장창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