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510마력의 '괴물차', 재규어 '2010년형 XFR'


2008년 11월 미국 보네빌의 어느 소금평원, 재규어는 양산을 앞둔 한 신차의 속도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속도계에는 최고 시속 363.188km라는 놀라운 수치가 기록됐다. 5000cc에 달하는 8기통 대형 엔진이 탑재된 신형 XFR은 당시 테스트를 통해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차라는 호칭을 받게 된다.

이처럼 경이적인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던 재규어의 2010년형 XFR의 외관을 마주한 후, '이 차가 그렇게 빠른 차가 맞나'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 눈앞에 놓인 차는 손이 베일 듯 역동적인 외관의 스포츠카가 아닌, 고급스러운 세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기존 모델인 XF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전면부 하단에 공기 흡입구가 추가되고, 차량 후드 위에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방열구가 있다는 점, 그리고 후면부 4개의 배기구와 차량 곳곳에 박힌 ‘R'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온 차이점이었다.

그러나 이 차에 올라타 시승을 거는 순간 만만치 않은 고성능을 지녔음을 깨닫게 됐다. 마치 포효하는 듯 한 강렬한 엔진소리가 들려오며 긴장감이 바짝 들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소요되는 데 단 4.9초가 걸리는 동력성능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가속페달을 밟았다.

예상보다 차량은 매우 부드럽게 움직였다. 조금만 발끝에 힘이 들어가도 노면을 박차고 뛰쳐나갈 것 같은 긴장감보다는 고급 대형 세단을 여유롭게 운전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차가 본격적인 ‘주행 본색’을 나타내게 하려면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이 밟아주면 된다. 여유롭게 몸을 움직이던 차는 참고 기다렸다는 듯이 맹렬한 가속도를 보여준다. 일상 운전속도인 시속 80km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채 2초가 안 걸린다. 직선도로에서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힘껏 밟아보니 몸이 뒤로 급격히 쏠리며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강력한 가속능력을 뽐낸다.

속도계가 시속 200km를 넘겨도 힘이 남아도는 느낌이다. 양산형의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50km로 맞춰져 있지만 엔진회전수(RPM)는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고속주행에서도 5000RPM 언저리에 머물며 여유로움을 과시한다. 차량을 '다이나믹 모드'로 설정하고 변속기를 스포츠(S) 모드로 바꿔 달리면 차가 들썩거리며 마치 질풍 같은 질주감을 준다.

속도를 붙여갈 수록 운전의 즐거움은 더해져 간다. 귓가에는 인간이 가장 선호한다는 중저음역대 ‘테너C'로 맞춰진 배기음이 들려온다. 재규어 XFR은 가속을 할 때에만 차 안쪽으로 소리가 흘러가게 설계돼 고속주행을 즐길 때는 운전재미를, 일상 주행속도로 운전할 때는 정숙함을 도모했다.이 차는 표면적으로는 1억대 중반의 고급 대형세단이다. 때문에 세단으로서의 특성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급격한 코너를 빠져나갈 때에는 몸이 좌우로 쏠리는 스포츠카와도 같은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제동페달을 밟을 때에도 갑작스레 멈춰 세우기보다는 조금 여유를 둔 느낌이다.

고가의 세단에 걸맞게 편의사양도 화려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스포츠 시트는 18개 방향으로 움직여 최적의 자세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등과 맞닿는 부분은 물론, 옆구리의 조임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가죽으로 도배되다 싶게 꾸민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움이 넘쳐난다.

이 차에 탑재된 다양한 전자장비는 510마력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치를 제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노면과 주행상황을 1초에 100회 분석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4개의 바퀴에 전달되는 동력 비율을 전자동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디퍼렌셜 컨트롤' 등이 탑재돼 최적의 주행감을 도모한다는 게 재규어의 설명이다. 2010년형 재규어 XFR의 국내 판매가격은 1억4490만원.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