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요타의 교훈

해외부품 협력업체 품질관리 실패
충실한 기본기·지속적 관리가 관건
연초부터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가 연일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도요타가 '캠리''코롤라'등 8개 차종의 리콜을 진행중인데 이어 하이브리드 차량인 신형 '프리우스'에 대해서도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은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애쓰지만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은 일본차의 품질문제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외형성장과 비용절감에만 매달린 나머지 해외부품 협력업체의 품질관리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품질의 도요타가 품질문제로 세계 1위 자동차회사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으며,자동차 대량 리콜 사태는 미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도요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며 품질관리하던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모노즈쿠리(혼이 담긴 물건 만들기)의 대명사로 원가절감과 품질제일주의를 표방하던 도요타 웨이(Toyota way)가 일순간에 무너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품질경쟁력을 갖춘 우리 완성차 업계도 이번 일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품질관리 전반을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 품질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업의 가치를 체화(體化)시켜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최고의 품질 제품은 명품이 되며,명품을 만드는 기업(브랜드)은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 내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기술이나 첨단제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품질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첨단제품이라도 직원의 정성과 기업의 양심이 녹아든 제품이어야 하며,이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는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혁신적인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품질을 등한시하는 경우,안전에 직결된 부품에 치명적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협력업체와 함께 무리한 비용절감보다 품질과 기술의 미스매칭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6시그마 혁신기법 이후 급속한 기술의 융 · 복합화와 제품의 디지털화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기법이 나타나지 않아 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관심과 품질 전문가의 양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셋째,품질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좌우된다. 아무리 원재료가 뛰어나고 우수한 장비를 갖고 있어도 혼이 깃든 장인의 명품을 따라 잡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품질 전문가들은 품질활동의 으뜸 요소로'철저히 기본에 충실한 마음가짐'을 꼽고 있다.

품질은 지속적 관리가 생명이다. 일정한 수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설비와 시스템을 관리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품질의식을 고취시키고 다양한 관리기법을 습득해 품질을 유지한다. 국가표준인 KS인증 심사에 있어 조직구성원의 품질교육 이력을 눈여겨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은 품질관리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품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기대수준이 높아질수록 품질문제는 제조업뿐 아니라 교육,의료,공공서비스 등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일찍이 품질경영의 선구자인 필립 크로스비 박사는 "품질향상으로 얻는 엄청난 이익에 비해 품질에 대한 투자는 공짜와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술혁신이나 원가절감,글로벌화 전략에서 품질의 중요성이 간과되고,품질관리 인력교육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기본을 재점검할 때다.

최갑홍 < 한국표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