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환율전쟁' 속 美·中이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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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제수지적자 해소방안 제시를현 세계 금융위기에 중국 등 동아시아국가들의 책임이 있는가. 그런 주장이 있다. 바로 글로벌 불균형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동아시아국가들이 저축을 너무 많이 해서 국제수지 흑자를 낸 것이 미국 같은 나라에 자본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었고,그것이 저금리로 이어져 그 결과 만들어진 거품이 터지면서 위기가 발발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中, 저소득층 등 소비확대정책 펴야
이것은 납득이 안 되는 논리다. 위기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대차관계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의심해서 자금을 회수할 때 일어난다. 낮은 금리 때문에 대차관계가 더 대규모로 성립할 수는 있겠지만,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이 없으면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되려면,동아시아 국가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그것이 미국의 금리 폭등과 달러화 폭락으로 이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아시아국가들이 자금을 회수한 적도 없고,위기가 일어나자 자금이 오히려 미국 쪽으로 쏠려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다. 이것은 지금 위기로부터 회복이 되니 자금이 미국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글로벌 불균형이 위기를 일으켰다는 주장은 1997년 동아시아 위기에 대한 미국의 견해와 모순된다. 당시 위기는 동아시아국가들에 자금을 빌려주었던 선진국 은행들이 갑자기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은 채권은행들의 책임은 거론도 안 했다. 결국 미국은 당시 선진국 은행들은 자금을 회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책임이 없다고 하더니,이번에 동아시아국가들은 자금을 회수한 적도 없는데 책임이 있다고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글로벌 불균형이 문제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당장 실업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 중요하게는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이대로 간다면 정말 그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채권국의 자금 회수로 대규모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맞설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16세기 스페인 이래 처음 있는'헤게모니 국가의 도산'으로서 그야말로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미국이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정직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상대에게 10년 사이에 편리한 대로 말을 바꾸는 모습으로는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믿음을 주기 어렵다. 나아가서 현 위기의 진짜 원인인 허술한 금융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면서 국제수지 적자를 해결할 장기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할 일이 있다. 당장 실업의 고통은 미국이 더한데 환율 문제에 꿈쩍도 하지 않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더 중요하게는 지금처럼 국제수지 흑자를 쌓아가는 구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국 같은 대국이 현재처럼 저축률이 50%에 가까운 상태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예컨대 턱없이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릴 방안 등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
한국이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은 글로벌 불균형이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중국과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원화 환율은 떨어지는데 위안화 환율은 안 떨어지고 버티는 데 대해서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같다. 장래의 더 큰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두 나라 모두와 이해가 일치한다. 그런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언가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G20 개최국도 되었으니 반드시 고래 싸움 쳐다보는 새우 처지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