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금융테크] 주가지수따라 수익률 쑥쑥…예금처럼 원금 보장 "ELD가 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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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돈 굴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자니 원금 손실이 우려되고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니 금리가 너무 낮아 성에 차지 않는다. 증시가 최근 조정에 들어가면서 목돈을 가진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는 증시에 직접 투자하거나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가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안전성·수익성 동시 만족
상승·하락추구 등 상품 다양
이런 수요를 겨냥해 시중은행들이 지수연동예금(ELD)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LD는 말 그대로 지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예금 상품이다. 언뜻 보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지만 '유가증권'인 ELS와 달리 ELD는 '예금'이다. 따라서 원금이 보장되고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금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ELD가 주목을 끈 건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부터다. 보통 ELD는 만기가 1년인데 고꾸라졌던 증시가 다시 살아나면서 ELD도 쏠쏠한 수익률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만기를 맞은 ELD의 수익률은 7~15%에 달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5%인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표다.
국민은행은 1년제 ELD인 'KB 리더스 정기예금 코스피200 10-1호'를 선보였다.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에 따라 안정수익 추구형과 상승수익 추구형,고수익 추구형,하락수익 추구형 네 가지 유형 중에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안정수익 추구형은 만기해지하면 최저 연 1.0%의 이자가 보장되며 만기 시점의 코스피200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상승하면 6.5%를 지급한다. 상승수익 추구형은 최저 1.0%가 보장되며 지수 상승률이 10% 이상인 경우 9.0%를 제공한다. 고수익 추구형은 만기해지시 원금이 보장되며 지수 상승률이 0% 이상 35% 이하면 최고 연 19.25%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예금기간 중 지수가 한번이라도 기준지수보다 35%를 초과해 상승하면 수익률이 3.5%로 확정된다. 하락수익 추구형은 만기해지 때 주가지수에 관계없이 1.0%를 보장하며 지수 하락률에 연동해 최대 17.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최저 가입금액은 100만 원이며 상품 유형별 한도는 500억원이다.
ELD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최근엔 상품 구조가 다양한 ELD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코스피200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고수익 하락형' ELD를 출시했다. 만기까지 코스피200 지수가 30% 이내로 떨어지면 지수 하락률의 89%가 수익으로 지급된다.
만기 평가일에 지수가 기준보다 30% 하락하면 최고 연 26.7%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단 30% 하한선을 넘어가면 수익률은 연 5.5%로 줄어든다. 만기 때 코스피지수가 기준지수보다 오르면 원금만 챙길 수 있다. 하나은행은 만기가 1년6개월인 ELD 상품을 내놨다. 그동안 ELD는 만기 1년짜리였지만 ELD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만기도 다양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만기가 길면 그만큼 제시하는 기대 수익률도 높아진다. 하나은행이 선보인 만기 1년짜리 '적극형 52호'는 코스피200지수가 기준보다 20% 미만으로 오르면 최고 연 11.76%의 수익을 준다.
다양한 ELD 중 어느 유형을 고를지는 지수 전망에 달려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엔 만기 때 지수가 기준보다 어느 선(0~3%) 이상 오르면 확정된 수익을 주는 단순한 구조의 상품이 많이 팔린다.
전문가들은 ELD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유용한 상품이지만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상품이 1년 후 주가 상승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경우 한푼의 이자도 못 받을 수 있어서다. 중도 해지하면 원금 손실 우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ELD는 고수익 추구보다는 주가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고객을 위한 상품"이라며 "상품별로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꼼꼼히 살펴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