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MB 관심 끈 '이지송式 인사'

"그동안 내 돈을 내고 몇 번 친구들과 골프를 치긴 쳤는데 이번 인사를 본 뒤는 필드에 나가는 것 자체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골프가 생각나면 스크린 골프장에 가볼까 합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 들어 두 차례 실시한 인사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2급 부서장 두 명이 승진과 보직에서 배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지송 LH 사장의 '골프 금지령'에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른바 '이지송식 인사개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청렴도와 업무능력을 강조해왔다. 이런 기준에 따라 징계 비리자 10명과 업무성과가 저조한 11명 등 총 21명을 승진과 보직 인사에서 제외했다. 접대 골프를 받은 두 명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 사장은 그동안 접대성 골프나 향응을 받을 경우 뇌물수수로 여겨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천명했었다. 이 사장 자신도 LH 사장으로 내정된 이후 골프를 아예 끊었다. 현재 LH는 사내에서 골프 얘기를 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LH는 지난달 19일과 31일에 1급 실 · 처장과 2급 부서장 · 팀장 자리의 3분의 1을 하위직급에서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팀장급의 75%를 교체하면서 인사 과정을 완전히 공개하고,정실 · 밀실인사와 학연 · 지연을 차단하는 인사시스템을 선보였다. LH의 전신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에서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이런 이지송식 인사 개혁이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 든 모양이다. 공기업 인사 때마다 청탁이 난무하고 '누구는 ○○빽,○○라인'이라는 인사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후유증이 없는 이번 LH 인사는 어찌 보면 특이한 사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현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 선진화 모델을 LH가 선두에 서서 만들어 주길 내심 바라는 눈치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지송식 인사' 스타일을 개혁 차원에서 다른 공기업에 전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미 사느냐 죽느냐 하는 생사의 문턱을 넘어섰다. 국민들이 '신(神)의 직장'이라고 비난하지 않고, 믿을 만한 공기업인 '신(信)의 직장'으로 부를 때까지 한 몸을 바칠 것이다. " 요즘같은 인사철에 이 사장의 취임사가 새삼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