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2) 합병전 경남·광주銀 분리…치열한 인수경쟁 예고

(2) 지방은행 지각변동
부산 등 지방은행 대형화 유도
非은행 금융지주사에 넘길수도
성사땐 금융산업 재편 불보듯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는 지방은행의 판도에도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우리금융의 덩치를 줄이기 위해 자회사인 경남 · 광주은행부터 분리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은행을 다른 지방은행에 매각하는 것은 물론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로의 매각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금융발 금융권 재편은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증권 등으로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경남 · 광주은행부터 선(先)분리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앞서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은 우리금융의 몸집을 가볍게 해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대등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합병 후 신설되는 금융지주사의 정부 지분율도 낮추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주식 가치에 경남 · 광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일괄 처리하는 것보다는 먼저 분리하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경남은행의 가치를 2조원,광주은행은 1조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부가 이들 은행을 매개로 지방은행의 합종연횡과 대형화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부산과 경남은행의 자산이 각각 30조원과 27조원(이상 2009년 말 기준)으로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경남은행을 누가 끌어안느냐에 따라 2위와의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릴 수 있게 된다. 또 경남은행이 보유한 기업고객군을 흡수,사업 포트폴리오에서도 강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부산은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남은행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대구은행도 덩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영남권 대표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회가 온다면 경남은행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태세다.

광주은행은 상황이 복잡하다. 자산 규모가 15조원으로 전북은행(7조원)과 합치더라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 전북은행은 덩치를 키우는 경쟁을 하기보다는 탄탄한 지역 고객을 기반으로 내실경영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은행 금융지주사에 매각할 수도

정부 내에서는 광주-전북은행 간 짝짓기보다는 한국투자증권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 등 비은행 금융지주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지역 연고가 있는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등도 인수 가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경우 지방은행의 합종연횡에 그치지 않고 보험과 증권업의 재편은 물론 은행지주와 보험,증권지주 간 업권을 넘어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을 유도하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저축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영업의 지역 제한이 없는 데다 광주은행의 수도권 영업 비중이 높은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현재 60%에서 시중은행과 같은 45%로 낮추고 상호 변경이 가능하도록 유인책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경남 · 광주은행 분리 매각을 통해 지방은행 대형화와 금융업권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려 한다면 그동안 지방은행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차별적 정책도 거둬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지역과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정치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두 은행의 매각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예보 MOU 해제 근거도 조만간 마련

정부는 우리금융 합병 추진에 앞서 신설되는 금융지주사에 대한 정부의 경영 간섭 배제 방침을 시장에 확인시키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경영계획이행약정(MOU)을 푸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예보는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 · 경남 · 광주 등 3개 은행과 2년마다 경영목표를 체결,분기별로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미달 시 제재조치를 발동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합병 후 예보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1대 주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합병을 위한 시장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 측도 정부의 경영 간섭 통로인 MOU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합병 추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합병 상대방으로 거론되는 KB 하나금융 대주주는 모두 외국투자자"라며 "이들이 정부의 경영 간섭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할 경우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서울은행과 조흥은행 매각 당시 예보가 MOU 적용을 배제한 전례 등을 참조해 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흥은행은 예보 지분이 33% 미만으로 감소하는 시점에 MOU를 해제하기로 사전에 결정했고 서울은행은 매각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1대 주주로 있으면서도 MOU를 체결하지 않았다.

다만 현행 규정상 예보가 1대 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시점까지 MOU가 유효한 것으로 돼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2000년 12월 만들어진 이 규정은 예보의 지분매각 후 공적자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MOU가 지속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개정,경영 정상화가 이뤄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MOU 적용을 해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거나 MOU 점검 주기를 분기별에서 연 1회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보 관계자는 "무리하게 MOU를 고집하면서 우리금융 합병에 부담을 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합병 이후에는 새로운 경영진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예보는 통상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