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재정부 '이익금 2조6000억 처리' 신경전

"환율 불안…더 적립해야" VS "나라빚 갚은게 우선"
한국은행이 낸 대규모 순이익 처분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쪽 다 '살림'이 빠듯한 상황이어서 이 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은의 순이익금은 2조8000억~9000억원으로 전년의 3조4029억원보다 5000여억원 줄어든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한은 순이익금은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 운용수익에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 △법인세 등을 공제한 뒤 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법정 적립금을 다시 뺀 금액이다. 이 돈은 통상 이듬해 2월 정부의 일반세입으로 납부하게 된다. 적립금은 10%를 초과해 쌓을 수도 있으나 초과금액 규모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한은의 이익금 중에서 법정적립금 10%에 해당하는 2900억원을 제외한 최대 2조6100억원을 재정에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크게 불어난 국가채무를 의식해 이 돈을 전액 세입에 넣기를 원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8일 작년만해도 이익금 3조4029억원의 절반이 넘는 1조9029억원을 한은에 남겨뒀지만 올해는 재정건전화를 위해 법정적립금 외에는 되도록 많이 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한은의 사정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의 국공채에 투자해서 받게 되는 수입이자가 환율 하락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대략 2000억달러의 외국 국공채를 갖고 있는데 연 5%의 이자를 받는다고 치면 1년 이자수입은 100억달러가 된다. 따라서 원 · 달러 환율의 등락에 따라 이자수입도 큰 폭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곧장 1000억원의 수입이 감소하는 구조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제금리가 낮게 유지된 데다 환율도 하락추세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어 법정적립금 이상으로 한은에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