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아픔 딛고 '슈퍼볼' 정상

인디애나폴리스 31-17로 꺾어…창단 43년만에 우승

역시 이변은 재미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예상도 맞아떨어졌다. '패기'의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관록'의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를 꺾고 창단 이후 처음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제44회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뉴올리언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에서 인디애나폴리스에 31-17로 역전승을 거뒀다. 뉴올리언스는 1967년 창단 후 43년 만에 처음 밟은 슈퍼볼 무대에서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이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전진 패스와 롱 패스,러닝 공격 등을 활용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뉴올리언스의 쿼터백 드루 브리스가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브리스는 우승 후 "우리 뒤에 뉴올리언스시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이길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지난 몇 년 동안 뉴올리언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주민들에게 세인츠가 어떤 의미인지 모두 잘 알 것이다. 나도 크게 공감하고 있다"며 뉴올리언스의 우승을 점쳤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2007년 슈퍼볼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 인디애나폴리스가 잡았다. 경기 시작 7분여 만에 키커 맷 스토버의 필드골로 선취점을 올린 인디애나폴리스는 1쿼터 종료 42초를 앞두고 '이 시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불리는 페이튼 매닝의 19야드짜리 패스를 러닝백 피에르 가르손이 엔드존에서 받아내 터치다운으로 연결했다.

전열을 재정비한 뉴올리언스는 2쿼터부터 반격에 나섰다. 터치다운을 놓친 대신 필드골을 2개 성공하면서 6점을 얻어 10-6으로 따라붙었다. 3쿼터에서 양팀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먼저 뉴올리언스는 3쿼터 시작 3분 만에 쿼터백 브리스의 패스를 러닝백 피에르 토머스가 수비를 제치고 터치다운으로 연결,13-10으로 처음 앞섰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조지프 아다이는 3쿼터 중반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17-16으로 재역전했다.

뉴올리언스는 4쿼터 중반 러닝백 제레미 쇼키가 쿼터백 브리스의 2야드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뚫고 터치다운을 찍으면서 24-17로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쿼터백 매닝의 패스를 센터백 트레이시 포터가 가로챈 뒤 74야드를 달려 터치다운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뉴올리언스는 경기가 채 끝나지 않았는 데도 대형 맥주를 션 페이튼 감독에게 퍼붓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난 시즌 돌풍을 주도한 뉴올리언스의 승리는 수십년을 인내해 온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덕분이었다. 뉴올리언스는 창단 후 21년 만에야 승률 5할을 넘겼고,창단 34년 만인 2001년에야 플레이오프에서 첫 승리를 기록했다. 2005년 뉴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홈구장(루이지애나 슈퍼돔)이 파손되면서 1년가량 홈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NFL 32개 팀 쿼터백 중 가장 많은 34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한 브리스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에서 13승3패로 내셔널컨퍼런스(NFC) 1위에 올랐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