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 '한 지붕 두 수장' 장기화 되나

오광수·김정헌 두 위원장 첫 대면
업무 권한 갈등…내부 혼란 가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 지붕 두 수장' 체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예술위 위원들은 오광수 위원장이 실질적 수장 역할을 하면서 김정헌 위원장에게는 '적절한 예우'를 하는 안에 합의했으나,김 위원장은 "(예술위에서) 받아주든 안 받아주든 위원장의 업무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상태.이로 인해 예술위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는 쉽게 가닥을 잡을 수 없게 됐다.

8일 예술위에서는'두 수장'인 오 위원장과 김 위원장,위원들 등 총 9명이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해임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지난 1일부터 출근을 재개,위원장으로서 업무를 보면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열린 회의였다. 김 위원장의 출근 이후 두 위원장이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선 혼란을 수습하는 방안으로 두 위원장의 동반 사퇴안도 진지하게 논의됐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공식적인 사과를 선행조건으로 요구하며 김 위원장이 먼저 퇴장하면서 난항이 계속됐다.

회의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김 위원장의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 여부였다. 진통 끝에 위원들은 "오 위원장이 기관 대표권을 포함해 업무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며,김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적절한 예우를 받을 것"이라는 포괄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12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김 위원장을 해임했으나 1년 가까운 법적 공방 끝에 김 위원장은 복귀했다. 문화부가 해임 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김 위원장의 출근을 막을 명분이 없는 상황.김 위원장의 해임 후 취임한 오 위원장의 지위 또한 보장된다. 한 기관에 두 수장이 출근하는 초유의 사태가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