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다급한데…" 세종시 갈 기업들 속앓이

정치권 싸움에 '수정안' 표류…투자 발목
서울대도 "법적 안정성 확보돼야 입주"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이 11일 세종시를 찾았다. 삼성그룹의 미래 신사업 총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세종시 사업부지에 대한 실사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 괴로워서였다. 김 부회장은 "삼성은 하루빨리 세종시에 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수정안) 등 처리돼야 할 과제가 산적해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달 세종시에 2조원 상당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정안 국회 통과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설치 등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이 같은 고민은 세종시에 투자를 결정한 다른 기업과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수정안을 반대하는 측에서 입주기업들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제기,갈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시에 국방과학미래연구소를 지을 예정인 한화 관계자는 "투자가 늦어지면 그룹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방산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 수정안이 계속 표류한다면 투자지역 교체를 포함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한화는 국방부가 추진 중인 무기체계선진화사업(국방무기 국산화)에 참여,유도형 다연장로켓포 개발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있는 상태다. 세종시 투자사업의 대부분이 성장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그린 에너지,헬스 케어 등의 분야여서 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다. 기업 관계자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해놓고도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종시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학내 논의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 입주 등과 관련한 공식 논의는 세종시안의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을 전제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