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車 '제2의 도요타' 안되려면

품질유지와 비용절감 균형이 중요
글로벌 위기관리체제도 정비해야
도요타자동차의 본사가 현재도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다는 걸 모르는 외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본사가 도쿄가 아닌 도요타시에 있다는 사실은 도요타의 기업 문화를 반영한다. 무리 · 낭비 · 얼룩짐을 꾸준히 줄여 나간 도요타의 시스템은 다른 경쟁 상대가 흉내내기 어려웠다.

대위기는 그 품질 신화가 완성되고,'도요타 시스템'이 세계의 정점에 오른 순간 닥쳐 왔다. 북미에서 시작한 리콜은 전 세계에서 700만대를 넘는다. 환경 시대의 얼굴이었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등의 추가 리콜도 이어져,실적면에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지경이다. '승자의 교만'을 지적하는 소리가 있지만 너무 일반적인 얘기다. 과연 도요타가 재출발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거기서 한국 기업은 무얼 배워야 하나. 첫째, 도요타뿐 아니라 일본 기업 대부분이 빠지기 쉬운'품질 신화'를 재점검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물론 제품 품질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신화'에 까지 이른 신뢰는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고품질은 비싼 비용이기도 하다. 생산이 글로벌화하면 할수록 거래처는 다양화해지고,'신화'유지에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진다. 차종간 부품 공동화로 비용을 줄이려 하면'도요타 사태'에서 보듯이 리콜의 대규모화를 피할 수 없다.

'품질 신화' 유지의 시스템은 그것이 정밀하게 구축되면 될수록,한번 사고가 터졌을 때 리스크가 커진다. 최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이 품질과 비용의 밸런스를 잡은 데 있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국에 쫓기고 있는 이상 이러한 품질 신화의 함정은 조만간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위기 관리 체제의 정비다. 위기 관리의 정석은 최고경영자(CEO)가 선두에 서는 것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국 이상으로 알기 쉽고,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도요타가 불운했던 건 지난해 CEO가 전문경영인에서 창업가문 출신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으로 교체됐다는 것이다. 체제가 정비되기도 전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터졌다. 오너 출신 경영자는 결정적인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일반 회사 문화다. 때문에 사내 정보 전달 경로나 속도가 전문경영인과는 다른 게 사실이다. 이번 위기에도 도요다 사장의 사과 기자회견이 늦어져서 미국 언론을 자극했다.

셋째, 국경을 넘는 시장 확대가 가져온 글로벌화 시대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금융 위기로 선진국 재정은 크게 악화돼 앞으로 증세 이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을 것이다.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도요타와 같이 철저한 현지화로 대규모 고용에 공헌하고 있는 기업들도 '외국 기업'이란 이유로 현지인들의 감정적 표적이 되기 쉽다.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가는 감정론에 휩쓸려 과잉 반응하고,그로 인해 모든 문제가 정치화하기 쉬워진다.

미국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메이커로서의 노력을 게을리 한 제너럴모터스(GM)의 파탄을 보았기 때문에 '품질 신화'를 지켜온 도요타를 지지해왔다. 때문에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 비하면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정했다. 하지만 세계 제1의 자동차 생산국가인 미국에서 자동차는 특별한 상품이기 때문에 감정론이 항상 개입될 수 있다. 도요타가 상처를 입으면 현대자동차가 유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도 늘어난 시장점유율에 걸맞게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합의도 정치적으로 그렇게 용이하진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도요타를 교훈 삼아 다양한 압력에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독자 전략을 짜야 한다. 글로벌화를 그저 순진하게 낙관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는지도 모른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