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2개월째 동결] 금통위 '저금리 경계론' 퇴장…상반기 금리인상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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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확실성에 경기 모멘텀 약화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기준금리(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는 오전 9시에 시작해 47분 만에 종료됐고 9시48분에 금리 동결이 발표됐다.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데 7명의 금통위원들이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시20분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힘이 없어 보였다.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펴기는 했지만 예전에 비해선 강도가 낮았다. 시장에선 지난해 하반기 등장한 '매파'(금리 인상론자)가 퇴장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성태 총재 "지준율 인상 고려 안해"
이날 금통위 결정과 이 총재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전문가들과 시장 참가자들은 올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재 스스로도 "일부 유럽 국가들의 국가채무 문제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한 구석이 남아 있고 이 문제가 앞으로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좀 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의 금융긴축,미국의 금융 규제안 등 G3리스크로 강한 회복을 점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한은 0.3%)보다 낮은 0.2%(전분기 대비)에 그쳤고 무역수지는 1월 4억7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1월 실업자 수는 121만6000명으로 10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5.0%에 달했다. 여기에다 경제 회복의 모멘텀도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까지 더해지고 있다.
김일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경제 선행지수 등 경기흐름을 읽는데 중요한 지표들의 호전추세가 약해질 수 있다"며 "지금은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데 2%가 부족한 게 아니라 20%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 모색시점이 올 4분기께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 총재와 2명의 금통위원이 4월에 교체될 예정이어서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 정부도 상반기 중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열석발언권(기획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원과 나란히 앉아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금통위 회의에 참석한 허경욱 차관은 대외환경 악화에 따라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중국 등이 취하고 있는 지급준비율 인상과 관련,"한국은 정책금리 변경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어 지준율이나 재할인율 변경 등은 큰 의미가 없으며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 총재의 국회 인사청문회 필요성에 대해선 "일장일단이 있고 전반적인 국가 지배구조 속에서 한은 총재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히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이날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떨어진 연 4.24%,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포인트 하락한 연 4.80%를 기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