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우호지분 30% 까지 늘려 경영권 방어"

채권단, 적대적 M&A 방어책 마련
자사주 매입·대출 약정 변경키로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을 안전장치를 마련한뒤 채권단 지분 28%중 13% 정도를 블록세일방식으로 매각키로 했다. 또 회사측도 3~5%의 자사주를 매입,우호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채권단은 11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추가접수기간 마감일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오지 않자 이같은 운영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으로서는 더 이상 주인찾기를 계속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부 금융회사들의 지분매각 요구를 더이상 억누를 명분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등 정부가 소유한 금융회사를 통해 적대적 인수시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장치를 강구한 뒤 채권단 지분을 28%에서 1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지분율 15%는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소 지분으로 추후 나타날 수 있는 인수자의 자금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도 있다.

채권단은 대신 하이닉스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금융권 대출금을 일시에 조기 상환토록 하는 '뎃 커버넌트'(debt covenant)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뎃 커버넌트는 만기 전에라도 대출금을 조기 상환토록 대출계약조건을 변경하는 것으로 일종의 경영권 보호장치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제안받았으며,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제2 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여신규모는 5조원,이 중 은행권 여신만 2조원에 달한다. 채권단 동의없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이만큼의 추가자금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뎃 커버넌트 조항을 감안하면 하이닉스 지분 30%를 인수하는 데 4조원 외에 은행권 대출금 상환에 2조원 등 최소 6조원이 필요하다. 채권단은 이와함께 하이닉스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우호지분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주주협의회 지분이 15%까지 줄어들더라도 국민연금이 보유한 5%와 미래에셋이 보유한 4.8% 등은 계속적인 보유를 유도하기로 했다.

올해 반도체 경기회복과 함께 하이닉스의 영업이익만 2조원 이상,영업현금흐름(EBITDA)만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자사주 매입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주가를 감안할 경우 1% 지분매입에 13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5% 매입은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 지분이 15%로 떨어지더라도 자사주 5%와 국민연금과 미래에셋 보유지분 10%를 더해 우호지분이 30%에 달하게 된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하이닉스의 주인찾기가 이뤄질 때까지 상당 기간 하이닉스의 경영을 이사회 중심으로 꾸려 나가기로 했다. 대형 설비투자 등 주요한 의사결정을 채권단과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에서 내리고,19일 선임되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산업 전략상 중요한 하이닉스가 안정적인 경영체제와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와 병행해 국내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작업도 장기 과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