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순익 7105억…총자산 '하나' 추월

은행 작년 실적 결산
하나금융 순익 36% 줄어…자산1위 우리금융·이익은 신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권 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은행은 자산 규모에서 하나은행을 제치고 4대 은행으로 떠올랐고 자산 규모 2위인 KB금융그룹은 순이익 기준으로 5위로 밀려났다.

◆하나은행,NIM 최고치 근접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30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는 2008년 순이익 4834억원보다 36.6% 줄어든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929억원으로 전년 동기(124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최대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273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3% 감소했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3배가량 증가한 241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11월 은행에서 분리된 하나카드는 113억원의 손실을 냈다. 하나캐피탈,하나HSBC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들은 소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한 것은 1분기에 통화파생상품 키코와 관련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3000억원 이상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1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12월 한 달간의 NIM은 2.25%로 이 은행의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1월의 2.3%에 근접했다. ◆기업은행 자산 급증

기업은행은 지난해 710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년도의 7670억원보다 7.4% 감소했지만 그 폭이 작았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2%로 전년도보다 0.23%포인트 낮아졌고 연체율도 0.55%로 0.4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NIM은 2.63%로 3분기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업은행은 자산 규모에서 하나은행을 앞질렀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56조6000억원으로 2008년 말(147조6000억원)보다 9조원(6.1%)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2008년 말까지만 해도 총자산이 162조4000억원으로 기업은행을 15조원가량 앞서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자산 규모와 순이익은 별개

KB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와 기업은행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산 규모 1위는 우리금융(317조9000억원)이었지만 순이익 1위는 신한금융(1조3050억원)이었다. 신한금융은 카드가 은행보다 많은 순이익을 내는 등 계열사 간 균형 잡힌 구도가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분석된다.

자산 규모로 2위인 KB금융은 순이익에서 5위에 그쳤다. 지난해 KB금융의 총자산은 316조원,당기순이익은 5398억원이었다. 반면 총자산이 107조7000억원으로 6위에 불과한 외환은행은 지난해 8917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KB금융 하나금융 기업은행을 앞질렀다. 경기회복과 함께 대손충당금 부담이 감소하고 NIM이 상승한 데다 유가증권 매각 등으로 4000억원가량의 특별이익을 낸 것이 외환은행 실적 호조의 배경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