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어깨 아프면 오십견?…'회전근개파열' 등 의심을
입력
수정
오십견…남이 팔 들어줘도 잘 안올라가
회전근개파열…남이 팔 올려줄땐 손쉽게 들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있는 강남힘찬병원 어깨클리닉의 조기현 과장은 "올 겨울 들어 한파의 영향으로 자신이 오십견에 걸린 것 같다며 찾아온 어깨질환 환자들이 전년 동절기보다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날씨가 추우면 운동량이 줄어들고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며 "이로 인해 말초신경이 수축하면서 어깨힘줄에 선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아 어깨 통증이 찾아오기 쉽다"고 설명했다.
힘찬병원 어깨클리닉이 지난 2년간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1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십견인 줄 알고 내원한 환자가 전체의 32%인 397명에 달했다. 그러나 전체 환자 중 순수한 의미의 오십견(유착성 관절막염 또는 동결견)은 2%(25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회전근개파열(질환) 47%(582명),어깨충돌증후군 25%(310명),석회화건염 질환 8%(99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십견은 장시간 컴퓨터 작업,운동 부족 또는 과잉 등에 의해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관절낭이 단단히 굳어져서 생긴다. 특정 병명이라기보다는 어깨가 아프고 굳어 있는 상태 자체를 지칭한다고 보는 게 맞다. 운동 · 물리 · 재활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떤 방향으로도 팔을 올릴 수 없고,팔을 돌릴 때 어깨 전체에 통증이 온다.
조 과장은 "어깨가 아프면 막연히 오십견이라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지만 실제로 오십견은 전체 어깨질환 환자 중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배가 아프면 복통,머리가 아프면 두통이라고 하듯이 오십견 또한 정확한 의미의 진단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십견 등 어깨 질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플 만큼 아프고 나면 저절로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병원을 잘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저절로 낫는 경우는 드물고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거나 병을 더 키우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한 진료가 필요하다. 힘찬병원 조사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의 48%(595명)가 통증이 생긴 지 1년 만에 병원을 방문했다고 대답했다. 40대가 넘으면 어깨관절에 노화가 시작되고 관절의 유연성이 점점 떨어지면서 오십견이 찾아올 수 있다. 팔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주부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오십견은 회전근개파열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간단하게 구별하는 방법은 오십견의 경우 모든 방향으로 어깨관절이 굳어 있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팔을 올리기 힘들고 남이 올려줘도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데 비해 회전근개파열은 어깨힘줄이 끊어진 것이어서 다른 사람이 팔을 올려주면 들려지는 게 특징이다.
오십견은 어깨와 팔의 움직임이 여러 각도에서 제한받으므로 운동범위 검사가 유용하다. X선 검사,초음파검사,관절조영술,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실시하면 다른 어깨 질환과 구별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초기에 통증이 가벼울 때는 소염 진통제를 먹으며 스트레칭을 같이 한다. 운동요법을 시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면 관절 속에 약물을 투여해 운동능력을 개선해본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지름 4.5㎜의 내시경을 넣어 관절의 오그라들고 굳은 부위를 늘려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 외에 체외충격파나 전기자극 등 물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어깨를 움직이는 회전근개의 파열은 팔로 가는 신경다발에 마취제를 투여해 부위 마취한 후 관절내시경으로 지름 5~7㎜의 구멍을 뚫고 어깨관절 속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실밥이 터진 것처럼 보이는 회전근개를 꿰매는 수술로 치료한다. 어깨를 처마처럼 덮고 있는 견봉과 팔뼈(상완골) 사이가 마찰하는 어깨충돌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시도하고 불가피한 경우 수술한다. 석회화건염은 어깨관절에 생긴 결석과 비슷한데 체외충격파로 깨뜨려 치료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