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물에 녹색바람을 불어 넣자

우리나라의 건물은 산업,운송과 더불어 에너지 소비가 가장 높은 3대 분야로 전체 에너지 사용의 20%를 차지한다. 내부에 사용하고 있는 기자재를 포함하면 약 4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만약 기존 건물이 최첨단 정보기술(IT)과 융합을 통해 녹색 건물로 재탄생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에너지를 자체 생산까지 한다면,이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하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획기적인 방안임에 틀림없다.

건물의 녹색화는 이미 유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례로 2002년 완공돼 '유리달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런던 시청사는 타원형으로 설계해 표면적을 줄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컴퓨터와 조명에서 발생한 열은 난방용으로 재활용하고 강에서 끌어올린 차가운 물을 활용해 냉방을 한다. 2007년에는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한 해 5만?i의 전기를 생산하고 33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IT와 융합한 녹색건물은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을 감지,통제하면서 불필요한 전력을 차단한다. 또 탄소 발생에 의한 오염도 계산 및 에너지 사용량의 실시간 비용 산정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녹색도시 · 건축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2020년까지 건축물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31% 감축하기 위해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 기준을 강화하고,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부는 공공건물의 에너지 사용 점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건물 신축시 에너지 효율 1등급 취득을 의무화했다. 녹색건물 도입을 통해 국가 미래 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다.

하지만 최근 지방자치단체 청사의 에너지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 청사를 허물면서까지 지은 지자체들의 신청사가 에너지 소비 효율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5년 이후 완공된 15개 신청사 중 10개 청사가 비효율 상위 30위 안에 들어 있고 이들의 평균 에너지 소비는 지자체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는 친환경 녹색건물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탓이다. 녹색건물은 에너지 강국을 위한 첫걸음이자 지름길이다. 에너지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지금,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지구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건물에 녹색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로 다시 짓자는 것이 아니라,기존 건물에 첨단 IT를 융합해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친환경 녹색건물로 재탄생시키자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부터 친환경 에너지 절감에 동참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한 힘과 지혜를 모으고 실천할 때다.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