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덕에 실내포차 새단장…장사할 맛 나네요"

KB미소금융 대출 김은희씨 '미소 띤 설맞이'

高利 일수 쓰기 겁났는데 사업자등록증도 없는 저한테도 돈 빌려줘 고맙죠
설 연휴를 앞둔 11일 저녁.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은희씨(62 · 여 · 사진)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KB미소금융재단과 국민은행 직원들이 찾아와 3개뿐인 테이블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흘 장사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오늘 다 버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씨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고가철로 아래 가건물에서 3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5평(16.5㎡) 남짓한 이 공간에서 숙식도 해결한다. 음식이 맛있다고 입소문을 타며 단골 손님들도 생겼지만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고 집기도 낡아 장사하기가 힘들었다. 김씨는 "난방이 잘 안돼 겨울에는 손님들 받기가 미안했다"고 회상했다. 날씨가 추워지자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나올 때가 많았고 어떤 날은 손님 발길이 끊기기까지 했다. 월세 25만원과 재료비를 빼고 나면 하루하루 적자만 쌓여갔다. 200만원을 넣어뒀던 청약부금도 해약했고 높은 이자를 줘야 하는 일수도 이용해 봤으나 김씨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미소금융'이라는 게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은행과 기업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업자등록증도 없이 장사를 하는 나한테까지 돈을 빌려줄까 싶어 주저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두드려봤다"고 말했다.

김씨가 찾아간 곳은 도봉구 창동의 KB미소금융재단.지난달 27일 상담을 받았고 직원들이 몇 차례 김씨의 포장마차를 찾아와 실사를 했다. 천영국 KB미소금융재단 사무국장은 "김씨가 해준 음식을 먹어봤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며 "단골손님도 있어 이 정도 음식 솜씨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김씨는 지난 4일 KB미소금융재단에서 무등록사업자대출 500만원(연 2%)을 받았다. 김씨는 한 달에 8만7639원씩 60개월에 걸쳐 이 돈을 갚아 나갈 예정이다. 김씨는 대출금으로 천장을 수리하고 바깥에 작은 천막도 쳤다. 또 전열기구도 들여놔 실내를 따뜻하게 했다. 이날 KB미소금융재단과 국민은행 직원들이 포장마차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해 방문하자 김씨는 아구탕,코다리찜,조기구이,제육볶음 등을 내놓으며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씨는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딸을 키우며 식당 종업원부터 시작해 남의 집 허드렛일까지 안해본 게 없다"며 "포장마차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이고 그동안 수유동,석관동 등지를 전전하며 장사를 했는데 이제 이곳에 정착해 오래 장사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또 다른 소원은 올해 서른두 살이 된 딸이 빨리 시집을 가는 것이다. 김씨는 "딸이 동대문 의류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엄마 걱정에 시집가는 것도 미루고 있다"며 "이제는 한시름 덜었으니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소재단 관계자와 함께 온 백인기 국민은행 북부영업지원본부장은 "김씨가 오랜만에 따뜻한 설을 보낼 것 같아 흐뭇하다"며 포장마차를 나섰다.

글=이태훈/사진=양윤모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