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다세대 경매시장서 인기] "소액으로 투자가능"…DTI 규제 없어 대출받기도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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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개발호재·실거주 양호'땐 응찰자 몰려
수도권 일대 전세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등 주택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소액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한 연립 · 다세대 주택 경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에 응찰자가 주로 몰렸던 과거 트렌드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아파트가 작년 하반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로 대출이 쉽지 않고 기존 주택 시장에서 바로 처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아파트 경매에 뛰어드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금만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경매 물건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며 "특히 다세대 주택은 DTI 규제가 없어 대출받기도 쉬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연립 · 다세대 주택에 응찰자가 몰리다 보니 감정가 이상으로 높게 낙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지난달 낙찰된 다세대 주택 가운데 36%는 낙찰가가 감정가를 상회했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29%였던 것과 비교할 때 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전세가격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의 경우 1월에 낙찰된 91건 중 35건(39%)이 감정가보다 높았다.
낙찰가가 높고 응찰자가 몰린 연립 · 다세대 주택이 가진 공통점은 총 세 가지로 분석된다. 이는 △뉴타운 · 재개발과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경우 △역세권으로 실거주나 임대가 용이한 경우 △건축 연한이 오래되지 않고 관리 상태도 좋아 소액으로 아파트 못지 않은 주거시설을 갖춘 경우 등이다. 특히 이들 세 가지 요인이 결합한 물건은 경쟁률도 높았다. 실제 지난달 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매를 실시한 마포구 당인동 지층 다세대 주택(전용면적 24.4㎡)은 82명이 몰려 감정가를 훌쩍 넘는 2억438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억3000만원에서 1회 유찰한 물건으로 6호선 상수역이 가깝고 주변은 재개발 지역이다. 감정가 1억3000만원에서 시작한 성북구 장위동 소망빌라(전용 59.7㎡)도 지난달 19일 18명이 입찰표를 제출해 감정가의 170%인 2억2120만원에 낙찰됐다. 성북 · 장위 뉴타운에 소재한 다세대(대지 지분 33㎡)로 돌곶이역과 석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7일 감정가 1억원에서 1회 유찰돼 다시 경매에 나온 종로구 명륜동3가 다세대(전용 39.5㎡)는 대학가 부근에 있어 임대 수요가 많은 게 주효했다. 현재도 임차인이 3명이 살고 있고 대략 7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을 경우 투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어 17명이 응찰해 감정가를 초과한 1억2123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달 경매에 부쳐지는 수도권 일대 연립 · 다세대 주택도 주목할 만한 곳이 적지 않다. 먼저 2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경매하는 노원구 하계동 135-3 트리뷰빌(302호)은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불과 300m 거리로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다세대 주택이지만 주변 편의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중현초교와 대진고도 가깝다. 4층 건물 중 3층에 있으며 방 3개,화장실 2개의 구조로 주거 환경이 웬만한 아파트 수준과 맞먹는다는 평가다.
또 17일 인천지법에서 경매가 이뤄질 남동구 구월동 오성빌라(202호)도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터미널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인천종합버스터미널도 가깝다. 구월동 농산물도매장,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인접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천문화예술회관,근린공원,중앙공원 등이 가까워 주거환경이 우수한 편이다. 성리초와 성리중 등 학교도 인근에 있어 자녀를 둔 실수요자 및 임대 수요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연립 · 다세대 주택은 재개발,뉴타운 구역 내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며 "입찰하기 전에 향후 개발 재료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지점장은 또 "수도권 일대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연립 · 다세대 주택의 가격 상승은 아무래도 아파트보다 덜해 무작정 군중심리에 휩쓸려 높은 가격을 써내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