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 하다보니 20년 훌쩍…난 여전히 철없는 딴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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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개근날마다 오후 6시가 되면 MBC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오프닝 노래인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Satisfaction'이 흘러나온다. 진행자인 배철수씨(57)가 시그널 음악과 함께 "배철수의 음악 캠프입니다"를 나긋이 말한 지 20년이 지났다.
앨범목록·인터뷰 모은 책 출간
그동안 여러 팝 음악 프로그램이 명멸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꿋꿋하게 버티며 독보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음 달 19일 방송 20주년을 맞는 배씨는 이를 기념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레전드》(이하 《레전드》)도 출간했다. 배씨가 직접 선정한 100장의 앨범 목록,방송에서 만난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 등을 묶은 것."사실 2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훌쩍 지나갔죠.그동안 행복하게 방송을 해서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
《레전드》에는 "2008년 영국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공연을 봤는데 이젠 배나온 중년이었지만 아직도 무지하게 투덜대시더군.하긴 투덜대지 않으면 펑크가 아니지"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의 프로그램 장수 비결도 이와 같았다.
그는 "송골매 시절 데뷔곡이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였는데 그래서인지 계속 철없이 살고 있다"면서 "'딴따라'는 철 들면 안 되기 때문에 요즘도 또래보다는 20~30대와 점심을 먹는다"고 대답했다. 물론 칭찬과 호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 제국주의자들의 음악'을 소개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번 책에서 "미국 포크 록 가수 밥 딜런이 우리 포크 가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했듯이 '음악캠프'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 가요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프로그램"이라며 "팝을 듣고 자란 이들이 요즘 좋은 가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였다. '대중성'이다. 히트곡만 튼다는 청취자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선택이다. 그는 "제가 언제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청취자들인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끝내도 호상(好喪)이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