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공부] '자습' 말고 '자기주도학습' 을 하라

무조건 독학 NO!…인터넷 강의·학습지·학원 등 활용
앎의 즐거움 느낄수있게…스스로 목표 정하고 공부계획서 작성

#1.서울 대치동에 사는 예비 초등학교 4학년생 김모군(11)은 지난 겨울방학 내내 하루 다섯 곳씩 학원에 다녔다. 오전에는 피아노,미술학원에,오후에는 수학,영어,독서학원에 갔다. 김군은 "학원에 다니는 것이 지겹다"고 한다. 학원에 가지 않았다가 엄마에게 들켜 크게 혼난 적도 여러 번이다. 김군은 "그래도 심심하면 학원을 '째고(빠지고)' PC방에 가거나 맥도날드 같은 데서 시간을 때운다"고 털어놨다. 김군은 "학원에 가도 공부가 재미 없고,혼자서 할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2.서울 도곡동에 사는 예비 중학생 이은선양(14)은 다르다. 이양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혼자서 책을 읽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위키피디아 같은 인터넷 백과사전은 이양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습서다. 예 · 체능 학원에는 다녔지만 교과 과목 학원은 좀체로 가지 않는다. 영어도 '미드(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며 실력이 늘어 지금은 어지간한 영어학원에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이양이 또래 아이들과 다른 점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양은 "재미있는 과목을 공부하는 건 스트레스가 아니다"며 "부모님이 재밌는 것만 공부하면 편식이 되니까 골고루 공부 목표를 정하라고 해서 요즘엔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지만 요즘처럼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때가 있을까. 자기 힘으로 공부하지 못하고 학원 선생님이,부모님이 떠먹이듯 가르쳐 준 지식으로는 진학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자기주도학습론을 촉발한 것은 대학들이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강력히 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인원은 2008학년도 350명에서 2011학년도에는 전체 모집정원의 9.9%인 3만6000여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입학사정관제는 면접에 참여한 사정관이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 입학사정관제도 컨설팅을 받아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믿는 학부모들도 있지만,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갖추지 않은 학생이 면접에서 숨어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주도학습이 '대세'로 굳어진 계기는 지난달 말 외국어고,국제고 입시안이 나오면서부터다. 아예 이름을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정했다. 성적이나 지식을 평가하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보는 전형이다. 입학사정관을 도입하고,독서 경험과 학습계획서 등을 주로 평가한다. 외고 국제고뿐만 아니라 자율형 사립고 자율학교 등 학생을 따로 뽑는 상급 학교들 중 대부분이 이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그렇다면 자기주도학습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앎의 즐거움을 가르쳐 학습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책읽기가 몸에 밴 이은선양이 좋은 사례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학생들은 어떻게 습관을 잡아줄 수 있을까. 첫 걸음은 '계획서 작성'이다. '교사들의 자녀교육법'이라는 책을 저술한 김범준씨는 "초등 저학년은 혼자 힘으로 지킬 수 있는 일을 꼼꼼하게 적는 저학년용 계획서를 써야 한다"며 "95점 받으면 무엇을 사준다는 식으로 하지 말고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 고학년은 닌텐도DS 등 아이가 원하는 것을 내걸고 '계약'을 하는 계획서를 쓰는 것이 좋다"며 "아이와 합의한 항목만을 바른 글씨로 정성껏 작성하고 사인까지 마쳐 책임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어릴 때부터 학습지를 하거나 책읽는 버릇을 들여주는 것도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아이가 주도하는 학습 능력을 일깨우기 위해 새학기가 오기 전 교육청이나 자치단체 등에서 저렴하게 운영하는 자기주도학습 캠프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서울 서초구는 중학교 예비 2학년생을 대상으로 오는 23~25일 사흘간 자기주도학습 집중캠프를 운영한다. 한양대 건국대 등 주요 대학 사회교육원 등에서도 방학 때마다 캠프를 진행한다.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밴 학생은 공교육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사교육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자습'과 '자기주도학습'은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국의 학습법강사 이강석씨는 "자기주도학습은 무조건 독학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밴 학생은 배운 것을 확실히 이해하고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 인터넷 강의나 참고서,학습지,학원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더 나은 성취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