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본부장에 선발권…'인사 드래프트制' 확산
입력
수정
선택 못받으면 보직 해임ㆍ퇴출프로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던 '드래프트(draft)' 방식이 공공기관 인사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력이 좋은 선수를 놓고 구단끼리 경쟁을 벌이듯이 인사 권한을 가진 임원이나 부서장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골라 데려오는 시스템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다.
유능한 직원은 다수의 임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한 군데서도 선택을 못 받아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한국거래소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신임 김봉수 이사장 취임 후 최근 팀장급 인사에서 부서장이 함께 일하고 싶은 팀장을 직접 선택하는 '부하직원 선택제'를 도입했다. 이번 인사로 기존 팀장 106명 가운데 40%인 42명이 교체됐으며 29명이 신규로 팀장에 임명됐다. 특히 새로 임명된 팀장의 45%인 13명을 과장급에서 발탁해 일부 팀장은 후배가 팀장을 맡은 부서의 팀원으로 강등되는 경우도 생겼다.
코레일도 최근 본사의 12개 핵심 부서에 대해 담당 실장이나 본부장이 직원을 뽑도록 했다. 뽑히지 못한 직원은 교육을 받도록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교육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회사를 그만두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인사를 실시해 팀 · 실장 64명 가운데 8명을 보직 해임,팀원으로 강등시켰다. 예금보험공사도 최근 인사에서 팀장 62명 가운데 5명이 팀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움직임이다. 금융결제원은 최근 드래프트 인사 방식을 도입하려다 노조의 반발 등을 우려해 보류했다. 결제원 관계자는 그러나 "오는 4월 새 원장이 오면 드래프트 인사 방식 도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공기업 연봉제를 손질해 성과에 따라 임금뿐 아니라 인사에도 차등을 두는 시스템을 확산시킬 방침"이라며 "그렇게 되면 공기업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