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계권 싸움에 시청자는 뒷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15일 현재(한국시간) 금메달 1개,은메달 1개를 따내며 종합 5위로 선전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KBS · MBC · SBS 지상파 3사가 올림픽 경기 장면을 잇달아 쏟아내며 '과잉보도'란 비판을 받았겠지만,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SBS가 밴쿠버 올림픽을 단독 중계하고 있는 가운데 KBS와 MBC는 비중있는 관련 뉴스를 애써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팀의 경기가 없긴 했지만 KBS와 MBC는 15일 밤 9시 뉴스에 아예 올림픽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앞서 14일에도 이정수 선수의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 소식을 단신처리했다. KBS는 이날 '뉴스 9'에서 이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일반 뉴스 시간에 보도하지 않고 스포츠뉴스 시간에 다섯 번째 소식으로 다뤘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다섯 번째 뉴스로 짧게 전했다.

특히 KBS는 경기 동영상 대신 스틸 사진으로만 보도했다. SBS가 무료로 제공하는 2분 분량의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KBS 측은 "동영상 화면에 'SBS 제공'이란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구해서 자체 입수한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KBS와 MBC는 당초 12명,8명의 보도진을 파견하려 했지만 독점 중계권과 보도권을 가진 SBS가 3인씩으로 제한하자 보도진을 보내지 않았다. SBS 측은 "양사는 원래 올림픽과 월드컵에 7인 이상 파견한 적이 없었다"며 "과도한 인원 배정을 요구해 축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한 KBS와 MBC가 의도적으로 올림픽을 축소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이 화제를 모을수록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고,이는 광고 수익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명백한 왜곡보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왜곡보도란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큰 뉴스를 축소 보도하거나,작은 뉴스를 확대 보도하는 것을 포함한다. SBS가 3사 간 약속을 깨고 독점 중계권을 획득한 것은 다른 경로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렇지만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국민의 관심사인 올림픽을 제대로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KBS 뉴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비판 글들이 수두룩하다. "공영방송 KBS의 자세한 소식을 기대했는데… 이러고도 시청료를 받아갈 수 있을지,실망감과 함께 정 떨어지네요. "

유재혁 문화부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