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통학회장 " 대형 유통사 M&A 더 늘어날것"

20일 퇴임
"대형 유통업체들이 올해 몸집을 불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M&A(인수 · 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영토 확장에 따라 중소업체나 자영상인과의 갈등도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

이정희 한국유통학회 회장(중앙대 교수 · 사진)은 "지난 10여년간 급성장해온 대형마트 시장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유통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오는 20일 한국항공대에서 열리는 '유통학회 총회'에서 1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이 회장은 "유통업체들과 함께 일해 보니 대기업과 자영업자 간 갈등이 예상보다 커 놀랐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출점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이 회장은 "미국,일본 등에 비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영세상인들도 생존해야 하므로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마트들의 가격파괴 경쟁과 관련,"대형 유통업체의 일방적인 주도로 가격 파괴가 진행된 결과 일과성 행사에 그친 측면이 강했다"며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가격 인하가 되도록 납품업체와 충분한 사전 협의와 자체 비용절감 노력이 선행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프랜차이즈 인증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회장은 "우수 프랜차이즈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업계에 규제로 작용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탄생을 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에서 인증을 받은 업체들이 부실화될 경우 가맹점이나 예비 창업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회장은 1995년부터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회,농림수산식품부,중소기업청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