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금속노조 특별교섭 요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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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검찰 "전임자수 확보위한 파업은 불법…엄단"현대자동차가 노조 전임자 임금을 보전해달라는 금속노조의 특별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검찰은 금속노조가 특별교섭을 빌미로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자동차·GM대우 등도 거부 가능성 커
현대차 관계자는 16일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전임자임금 문제와 관련해 금속노조와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자동차 GM대우 등 금속노조 산하 다른 사업장들은 아직 방침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현대차가 금속노조의 특별교섭을 거부키로 함에 따라 이들 사업장에서도 사측이 교섭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달 27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전임자 수 및 임금 보장,조합원 조합활동 보장,금속노조의 교섭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특별교섭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9일부터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소속된 155개 사업장에 특별교섭 요구안을 발송했다.
금속노조 측은 "'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노사는 특별단협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의 단협을 대부분 사업장이 이미 체결해 둔 상황이므로 이번 요구안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범위,최소 인원수 등이 아직 심의위원회에서 정해지지 않은 만큼 사측은 특별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는 교섭 지침을 각 사업장에 하달해 놓고 있다. 노동부는 "사측이 특별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응하면 오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특별교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특별교섭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오는 4월 중 노동쟁의 조정신청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5월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다른 주요 산별노조들도 사측에 특별교섭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칫 상반기 중 릴레이 파업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부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 요구 자체가 노조법 위반에 해당되므로 파업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임자임금을 요구하는 파업은 보호받을 수 없다"며 "파업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전임자 수 등을 요구하는 특별교섭은 현행법에 규정된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조항을 전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를 빌미로 이뤄지는 파업은 분명 불법인 만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울산=하인식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