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경영書] 기업이 위기일때…CEO '개혁과 결단의 역학' 필요하다

경영자가 된다는 것 | 이타미 히로유키 지음
한국 기업 입장에서 일본 기업은 배움의 대상인 동시에 숙명의 라이벌이다. 한국보다 산업화가 빨랐던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했고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은 이들과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의외로 국내에 소개된 일본의 경영이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경영학자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의 사상을 엿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는 '경영의 본질은 타인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타인에게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역학(力學 · dynamics)'이었다. 이때 역학은 한 가지 요인이 움직이면 그에 따른 파급 효과가 발생해 다른 요인이 움직이거나 원래 움직이기 시작한 요인에 가속이 붙는 현상을 말한다. 즉 어떤 요인이 작용하면 다양한 형태로 반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기업 경영에서 역학을 조직,시장,전략,자본,사회와의 역학 등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경영자가 취해야 할 행동으로 개혁과 결단의 역학 두 가지를 추가했다. 책에 소개된 역학이론은 동양적인 철학과 사고방식이 어떻게 경영에 접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선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과 대비되는 '성약설(性弱說)'로 인간의 본성을 규정했다. 사람은 선한 자질을 갖고 있지만 방치해두면 욕망에 넘어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약한 존재다. 따라서 경영자는 뒤흔드는 경영을 통해 기존 질서와 균형이라는 안정을 무너뜨리고 새 질서로 향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조직 역학의 핵심이다.

이타미 교수는 비즈니스 시스템 역학을 설명하면서 '신(神)은 세부(細部)에 깃든다'는 표현을 썼다. 예컨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해야 하고 차별화의 전제는 모든 세세한 업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세함을 경시하면 비즈니스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일을 망친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의 교과서로 불렸던 도요타가 최근 큰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어느 순간 현장에서 성약한 인간들이 세세함을 잃어버린 결과가 아닐까!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