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세계화 시대…공동체 배려하는 자유주의로 선진화 이뤄야"

'창조적 세계화론' 펴낸 박세일 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사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모델은 붕괴됐다"며 "한국을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뛰어오르게 할 새로운 선진화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그 해답을 '창조적 세계화론'이라는 책(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 담아냈다. 1960~70년대 산업화에 성공한 역사를 참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의 변화를 감안하면서 한국 특유의 문화 · 전통에 맞는 새로운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영삼 정부 때와 지금의 세계화는 어떻게 다른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세계화는 '국가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시장주의로 바꾸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금융의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이 깊어지고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초(超)세계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리는 신자유주의 모델이 붕괴됐고 새로운 교과서를 써야 하는 시대가 왔다. 예전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우면 됐지만 지금은 교과서가 없다. 현장과 역사 속으로 들어가 창조적인 세계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

-창조적 세계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공동체 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개방화,공공부문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 역시 시장주의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금융,특히 단기금융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화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세계화의 이중구조 문제로 분배가 악화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공동체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 "-세계화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양질의 교육과 훈련이다. 저소득층의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 과정에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 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서비스업,정부와 지자체 등 비세계화 부문의 성장 격차는 생산성을 높여 해결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을 부분적으로 펴야 한다. 그래야 저변이 넓은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이동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 취업,실업,교육,가사 네 부문 사이에서 이동이 점차 빨라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정년은 깨질 것이다. 초세계화 시대에 철밥통은 허용이 안된다. "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5년 내지 15년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는."앞으로 7,8년 뒤 우리나라의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12,13년 뒤에는 총인구마저 줄어든다. 인구감소경제로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성장률이 2%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이다. 북한의 체제위기 문제는 회복불능 단계로 들어갔고 5년 이내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안에 통일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빠른 성장도 문제다. 중국은 올해 또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앞설 것이다. 2030년에는 선진국에 진입한다.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대국화,군사대국화를 이루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 "

-급성장하는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다. 첫 번째 도전은 통일 문제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문제다. 통일된 한반도가 분단된 한반도보다 동북아 안정과 중국 이익에 더 맞는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두 번째 도전은 군사안보 문제다. 중국의 내부 문제가 해결되고 대국화될 때마다 한반도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의 패권화를 견제해야 한다. 우리의 자각 노력이 중요하고 한 · 미동맹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안보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유럽도 공동체로 바뀌면서 평화의 대륙이 됐다. 중국의 경제적 도전은 우리의 비교우위를 강화해 맞서야 한다. 산업기술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의 비교우위,문화의 비교우위를 개발해야 한다. 서구의 첨단기술을 중국화하는 데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통일을 세계화의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통일과 선진화는 함께 진행될 것이다. 북한은 인구가 많고 젊다.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면 새로운 산업을 많이 창출할 수 있다. 남북간 경제 격차가 큰 만큼 비교우위에 기초한 무역이익이 크다. 남북간 경제적 격차를 부담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키우면 된다. 북한과 통일되면 연 10%이상 성장할 것이다. "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