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하체 튼튼한 날쌘돌이, 아우디 '뉴 TTS 쿠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 이상화 선수(21·한국체대)의 시원한 역주를 보며 최근 시승한 아우디의 스포츠카 '뉴 TTS 쿠페'가 떠올랐다.

아우디의 스포츠카인 'TT'의 고성능 버전으로 최고 265마력의 출력을 뿜어내는 TTS는 강력한 동력성능과 아우디 특유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조합으로 눈길이나 험로 주행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더 이상의 자동차 디자인은 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미려한 외관을 자랑하지만, 이 차의 매력은 외관보다 성능에 초점이 맞춰진다. ‘TT’라는 독특한 차 이름은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 모터사이클 경주대회인 ‘투어리스트 트로피’에서 따왔다. 그만큼 동력성능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TTS에 탑재된 2000cc급 4기통 가솔린 직분사 TFSI 터보차지 엔진은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5.2초 만에 끊는다. 최고속도는 안전상 250km/h로 제한됐지만 속도계는 최고 300km/h로 표시돼 있다.

키를 돌리며 들려오는 강렬한 시동소리를 출발을 알리는 총 소리 삼아 직선코스에서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초반에 느껴지는 가속감은 정신없이 뛰쳐나간다기보다는 안정성이 느껴지지만, 이내 몸을 뒤로 잡아당기는 듯한 가속능력이 느껴지며 속도계의 눈금이 순식간에 치솟는다. 속도가 120km/h를 넘기자 후방 스포일러(공기저항계수를 낮춰주는 뒷날개)가 펼쳐졌다. 변속기를 스포츠(S) 모드로 바꾸면 차체가 바닥으로 달라붙는 느낌과 함께 짜릿한 질주감을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금세 200km/h를 넘기며 눈앞이 흐려진다.

평안한 마음으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확실한 제동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고속으로 달리다가 급제동을 몇 차례 시도했다. 차는 별다른 흔들림이나 운전대의 떨림 없이 운전자가 예상한 지점에 차를 내리꽂듯 멈춰 세웠다.

시승을 진행한 날에는 눈과 비가 엉켜 내렸지만 고속 주행이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깊숙한 코너링을 공략할 때에도 차체에 흔들림이 없었다.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민첩한 반응성을 보인다. 마치 단단한 하체로 빙판을 박차고 달리는 스케이트선수 같은 느낌이다.높은 동력성능을 강조하듯 차량 곳곳에는 레이싱카를 연상시키는 장치들이 적용됐다. 코너링에서의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해 운전대 아랫부분을 평평하게 했다. 계기반 중앙의 정보시스템은 레이스 트랙에서의 주행을 가정한 랩(LAP)타임 측정기가 탑재됐다.

옆구리를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와 차량 후면 4개의 배기파이프도 레이싱카를 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생각보다 낮은 실측연비와 좁은 뒷좌석은 아쉽다. 그래도 지평선 너머에 트로피라도 있는 양 매섭게 질주하는 이 차를 운전하는 재미는 선뜻 포기하기 힘들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