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스포츠마케팅] 스코어는 잊혀져도 브랜드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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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삼성전자 임원회의.이건희 당시 회장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우리도 올림픽 같은 큰 경기에서 삼성 로고를 알려야 합니다. "이 회장의 선견지명을 보여주는 일화 가운데 하나로 당시 삼성전자가 올림픽 메인 스폰서가 된다는 것은 꿈꾸는 것조차 어려울 때였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삼성,현대ㆍ기아자동차,LG,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구촌 대형 스포츠 행사의 후원을 도맡다시피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올해 미국 슈퍼볼 광고를 통해 최대 수혜를 입었다고 회자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은 스포츠 마케팅의 귀재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만해도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후원과 함께 본격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돌리면서 삼성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다.
▷▷▷ 스포츠 마케팅의 경제학
기업들이 대형 스포츠 행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다. 1초당 광고비가 10만달러에 육박함에도 슈퍼볼을 중계한 CBS는 경기 전 광고를 포함해 150개 스폿 광고를 모두 팔아치웠다. 슈퍼볼이 열린 마이애미 시당국은 슈퍼볼의 경제적 효과를 최소 4억달러로 분석했다.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로선 이 많은 돈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슈퍼볼을 시청하는 백인 남성 A씨를 가정해보자.가장 좋아하는 쿼터백을 따라 눈을 움직이던 A씨는 문득 현대자동차 광고를 본다. 마침 자동차를 구매할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옆에 있던 노트북을 켜고 현대차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실제 올해로 3년째 슈퍼볼 광고를 하는 현대자동차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슈퍼볼 광고를 한 뒤 홈페이지 방문객이 970% 증가하고 제네시스 미니홈피 방문객도 1241% 늘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슈퍼볼 광고를 본 직후인 경기 시간에도 방문객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슈퍼볼을 보면서 노트북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 밴쿠버 올림픽의 승자는…
아마추어들의 진정한 스포츠 경쟁의 장인 올림픽도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의 장으로 변모했다. 일각에선 이를 비판하며 반(反) 자본주의의 기치를 내걸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덕분에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용트림을 할 기회를 맞게 된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탄탄한 재무구조,세계로 뻗은 영업망을 갖춘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도전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태극전사들이 매일같이 금메달을 쏟아내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메인 스폰서로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 성화봉송을 통해 올림픽 마케팅의 막을 올린데 이어 동계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피겨 부문 메달리스트가 확실시되는 김연아 인기를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간다는 게 목표다. 밴쿠버 시내엔 친환경 올림픽 홍보관을 개설하고 스마트폰 '옴니아2'를 활용해 무선으로 올림픽 경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와우(Wireless Olympics Works)'를 선보이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도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GE헬스케어는 각국 대표 선수들을 위한 실시간 의료 서비스 제공으로 첨단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선수들과 취재진을 위한 특별 메뉴를 제공하고 나섰다. 밴쿠버에 있는 미디어센터엔 레스토랑을 짓고,3000여 개에 달하는 언론 매체에 음료 및 스낵을 나눠주고 있다.
자사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간접 마케팅도 활발하다. 파나소닉은 '하나의 겨울,다섯 개의 꿈(One Winter, Five Dreams)'이란 블로그 사이트를 열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5명의 선수들을 다뤄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선수들은 비디오와 사진 등을 이용해 매일의 생활과 훈련에 관한 글을 올리면 세계 수많은 블로거들이 이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블로거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파나소닉의 기술력을 체험하게 된다. ▷▷▷ 월드컵·아시안게임…대형 스포츠 행사 잇달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이후에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빅 매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6월 남아공 월드컵,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까지 '빅3' 스포츠 이벤트가 열전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자동차 경주 'F1(포뮬러 원)'도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전망이다.
6월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은 현대차와 KT · SK텔레콤 등이 이끌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는 경기장 내 광고판을 이용해 전 세계 60억 인구의 눈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때맞춰 국내에서는 통신 라이벌 KT와 SK텔레콤의 월드컵 응원 열전이 2002년과 2006년 이후 다시 한번 펼쳐지게 된다. KT는 월드컵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이미 2011년까지 국가대표팀 후원 계약을 '찜' 해놨다. SK텔레콤 역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 · 이영표 선수를 기업 광고 모델로 기용해 반사 이익을 누렸었다.
오는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릴 F1은 LG가 벼르고 있다. 최고 성능의 경주용 자동차로 실력을 겨루는 F1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F1 글로벌 스폰서 계약을 한 LG전자는 대회장 곳곳을 LG 로고로 장식할 계획이다. 미국 · 유럽 · 아시아 등 전 세계 6억명이 시청하는 F1 방송에서 LG전자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가 나타날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