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로봇이 건강 체크, 홈 헬스케어로 의사에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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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평가원 '10대 미래 유망기술' 선정2020년 어느 휴일 아침 8시.K씨가 잠에서 깨자 바퀴가 달린 간병 도우미 로봇이 천천히 굴러와 침대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과 함께 로봇은 머리에 달린 카메라와 팔에 달린 각종 센서를 통해 K씨의 표정과 행동을 살피고 혈압 맥박 등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이어 거실 벽에 부착된 홈 헬스케어 시스템용 단말기로 접근,K씨의 주치의가 근무하는 병원에 그 결과를 통보한다.
오늘은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날.K씨는 인터넷 검색과 내비게이션 기능이 장착된 시계형 컴퓨터를 손목에 찼다. 시계 앞면에 부착된 화면에는 지하철 배차시간과 극장의 위치가 나타난다. 상영관에 들어간 그는 맨 눈으로 3D 입체영화를 관람한다. 공상과학만화나 SF영화에서 보는 장면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여 뒤 우리의 일상생활이 될 모습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 원장 이준승)은 10년 후 우리생활의 변화를 주도할 '10대 미래유망기술'을 17일 선정했다.
이 중에서 휴대용 태양전지 기술이 시선을 끈다. 휴대용 태양전지는 도화지 두께로 두루마리처럼 말아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가 떠있는 동안 들고 다니면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상용화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께는 실제 생활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KISTEP 관계자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도 휴대폰을 비롯한 개인 휴대 전자장치에 편리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1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무선전력 송수신 기술도 눈에 띈다. 이 기술은 일정한 거리 안에서는 콘센트와 플러그가 없더라도 전력을 송수신 할 수 있는 기기를 장착하면 무선으로 각종 가전 및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2019년께는 상용화될 전망이다. KISTEP 관계자는 "각종 전자기기의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40%에 불과한 전력 전달 효율을 개선하고 송수신기 크기를 휴대용으로 소형화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밖의 10대 유망 기술로는 △입는 컴퓨터 △3차원 디스플레이 △간병 도우미 로봇 △다목적 백신 △유전자 치료 △홈 헬스케어 시스템 △스마트 원자로 △에코 에너지 제로(Eco-Energy Zero) 건축 등이 포함됐다.
이번 10대 유망 기술을 선정하기 위해 KISTEP은 우선 1000여명의 과학기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방식의 아이디어 조사를 실시한 뒤 202명의 전문가로부터 380개의 기술과 관련한 제품 및 서비스 기능을 제안받았다. KISTEP은 실현 가능성,기술내용 등을 중심으로 47개로 압축한 뒤 시민패널 및 전문가 평가를 거쳐 10개의 기술을 최종 선정했다. 일상생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주요 미래기술을 예측,전략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수요자 관점에서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했다는 것이 산기협 측 설명이다. 선정 분야도 확대됐다. KISTEP은 올해 전자,의료,바이오,기계,에너지,우주,환경,나노소재,건설,재난 · 재해 등 10개 분야에 걸쳐 10대 기술을 뽑았다. 지난해에는 전자,에너지,생명공학,나노소재 등 4개 분야에서만 10대 기술을 선정했다. 한성구 KISTEP 기술예측 센터장은 "이번 미래기술 선정 결과가 미래 사회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매년 새로운 관점과 시각에서 기술 발전 현황을 검토하고 분석해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