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은 은행생존 좌우할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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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IT팀장 죽음은 스트레스?지난 16일 가동에 들어간 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체 비용이 6000여억원으로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데다 관련 직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만큼 업무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강 둔치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이 은행의 IT(정보기술)개발팀장의 사망 원인도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7년부터 33개월 동안 모두 6000억원을 들여 전국 1200여개 지점과 해외 지점의 IT시스템을 통째로 바꿨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수천억원 규모로 IT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은행이 유일하다"며 "이번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은 단일 IT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 사업에는 IT기기를 공급하는 업체 등에서 1200명,국민은행에서 650명 등 2000명가량이 투입됐다. 이들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거의 3년여 동안 휴일도 없이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IT개발팀장을 비롯한 은행의 핵심 담당자들은 차세대 시스템이 가동되기 3개월 전부터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은 은행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병기'라 할 수 있다"며 "담당 직원은 설 연휴도 반납한 채 사무실 근처 모텔에서 합숙을 하며 하루 평균 2~3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일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자금과 인원이 투입된 탓에 차세대 시스템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실시된 금융감독원의 국민은행 검사에서 집중 타깃이 됐다. 금감원은 다른 분야에 대해선 6일 동안 사전검사를 벌였지만 전산시스템의 경우 별도 팀이 일주일간 사전검사를 진행했다. 종합검사에서도 검사역 4명으로 따로 전담팀을 꾸려 IT시스템을 파헤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과중한 업무와 금감원의 조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IT개발팀장이 사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대동 동남 장기신용 주택 국민은행 등 5개 은행과 국민카드가 합쳐진 지 거의 10년이 지났으나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이 다른 은행에 비해 떨어진다고 판단,막대한 자금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바꿨다. 지능형 창구 안내 시스템인 '마이 스타(My Star)'를 도입,고객 편의성을 높였고 '거래로그 정밀분석기'를 통해 해킹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