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컴백'…대형 IT株 대거 급등

한달만에 최대 순매수…LGD·하이닉스 4% 올라
코스피 1627…'남유럽 위기' 이전 수준 회복

외국인이 한 달 만에 최대 순매수를 보인 데 힘입어 증시가 남유럽 재정위기 이전 주가를 회복했다. 유럽발 위기가 누그러졌다는 인식과 국내 증시의 주가 수준 매력이 높다는 평가로 외국인의 본격 귀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양상이다.

노무라증권이 이달 초 유럽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한국이 올해 아시아 증시 가운데 상승 여력이 가장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의 '사자'가 이어지면 증시는 추가 반등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아직 미국 은행규제와 중국 긴축이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 일제히 급등

17일 코스피지수는 26.38포인트(1.65%) 뛴 1627.43에 장을 마쳤다. 이달 5일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기 전 수준(1616 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뉴욕 증시 반등 소식으로 외국인이 장이 열리자마자 '사자'에 나서 순매수 규모를 키운 게 이날 강세의 배경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828억원어치를 사들여 지난달 15일 3840억원 이후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정보기술(IT)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가 3.04% 상승했고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는 4% 넘게 급등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남유럽 리스크가 무뎌졌다는 평가가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했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남유럽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한국 등 이머징 증시에 외국인의 관심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임경근 노무라증권 상무는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도 전염성이 없다는 판단이 힘을 얻으면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한몫했다는 진단이다. 이석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날 반등에도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로 2004년 이후 평균인 9.86배에 미치지 못한다"며 "과거 평균에 이르려면 코스피지수가 1687선까지 뛰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한국증시 상승 여력 가장 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 시각이 확인된 조사 결과도 나왔다. 노무라증권이 이달 초 유럽 주요 기관투자가 100여명에게 올해 상승 여력이 큰 아시아 증시를 물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15%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홍콩이 각각 14%와 13%였고,이어 대만 인도 일본 등의 순이었다.

임 상무는 "도요타 리콜 사태로 현대차의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데다 IT주의 실적 개선이 주목받고 있고,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달 들어 자동차와 IT에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를 1963억원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을 비롯 현대차와 기아차도 순매수 4,5위에 올렸다. 이익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과 기술적 저항은 부담 요인이란 지적이다. 대우증권은 아직까지는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과 경기모멘텀 둔화를 감안하면 실적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20일 이동평균선(1634)과 60일선(1641)이 추가 상승의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1일 고점(1722)에서 이달 8일 저점(1552)을 찍은 뒤 하락폭의 절반 정도를 기술적 반등으로 회복한 상황"이라며 "기술적 저항선을 일시적으로 넘더라도 안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