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왕따 李과장이 잠재력 넘치는 '루돌프' 였다니

루돌프 이펙트 | 신디 로린 외 지음 | 이종렬 옮김 | 예문 | 232쪽 | 1만2500원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40대밖에 안 된다. "

세계적인 항공우주기업인 미국 보잉사는 1992년 사내 곳곳에 이런 표어를 현수막으로 내걸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혁신적인 화물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의 초기 주문이 120대에서 40대로 줄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생산계획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당시 보잉이 처한 환경은 지독했다. 고객인 미국 공군과 자동차노조 간의 적대적 관계부터 직원들 간의 갈등과 수수방관,사보타주,정치공작,만연한 관료주의,고객의 신뢰를 잃게 만든 품질 문제와 비용 초과,납품기일까지….

이런 상황에서 C-17 생산계획마저 무산될 위기에 봉착하자 보잉의 경영진은 단순한 개선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혁명'을 선택했다. 통제 위주의 기존 방식 대신 직원들의 자발적 · 창의적 참여를 북돋우도록 기업문화를 바꾼 것이다.

C-17의 성공 비결은 바로 '루돌프 이펙트'였다. 루돌프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데도 조직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1939년 미국의 로버트 메이가 쓴 소설 《빨간코 사슴,루돌프》가 출처다. 반짝이는 빨간 코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외톨이가 됐던 루돌프는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 빨간 코 때문에 영웅이 된다. 이처럼 루돌프는 창의적 ·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지만 관습적인 사고에 젖은 조직문화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존재다. 뿐만 아니라 동료나 경영진으로부터 무능력자 · 불평분자 · 독불장군 ·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혀 소외되고 고립된다. 그러나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고 기회만 주면 이들의 잠재력은 활활 타오르고 조직을 환골탈태시킬 힘이 된다.

보잉사는 이런 루돌프를 적극 발굴했다. 그 결과 C-17의 추가 주문과 원가절감,경영혁신이 이어졌고 1998년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까지 수상하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1990년대 후반 보잉이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밀리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에도 C-17의 교훈에 바탕한 문화적 혁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루돌프 이펙트》의 저자들은 "소수지만 강력한 무리인 '루돌프'가 모든 조직에 10%가량 존재한다"며 이들을 찾아내 지원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루돌프는 어떻게 찾아낼까. 저자들에 따르면 루돌프는 선뜻 묻기 어려운 경우에도 "왜요?"라고 질문한다. 또 보통 사람들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손쉽게 밝히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자기 손발을 더럽히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따라서 루돌프를 양성하려면 리더는 마음을 열고 이들의 독특한 욕구를 파악해 격려 · 고무해야 한다. 또한 창의적 · 혁신적인 사고가 환영받는 환경을 만들고 일선의 팀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해 아래로부터 혁신과 창의성이 올라오도록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아울러 창의적 아이디어나 그에 따른 성과에 대해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강조한다. "경쟁력의 원천을 굳이 기업 바깥에서 찾으려 하지 말라.조직 안의 잠자는 루돌프를 깨우라."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