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늘어가는 정부개입 우려된다

시장 활력잃고 기업혁신 의욕 감퇴
규제 걷어내야 경제 역동성 살아나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갈수록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때를 만난 듯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과 금융 규제를 통한 개입은 차치하고라도,'서민을 위한 정책'이란 이름으로 등록금 상한제,미소금융,쌀 정책,심야학습 과외금지,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기업형 슈퍼 규제 등 거침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늘 위험하다. 특히 '서민을 위한'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때 더욱 그러하다. 자칫하면 포퓰리즘이라는 함정에 빠져 헤어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의 국가 부도 위기는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유럽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것은 근본적으로 포퓰리즘 성향의 정부 정책 실행에 따른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때문이다. 포퓰리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또 다른 나라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60~7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였다. 1940년대에 들어선 페론 정부는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을 국유화하고,가격을 통제하고,노동조합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썼다. 결과는 만성적인 재화(財貨) 부족과 물가 폭등이었다. 1989년 메넴 정부가 들어서 노동법 개정,공기업 민영화,근로자 연금과 사회보장제도를 대폭 축소시키며 재정적자를 줄여나갔다. 한동안 경제가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1999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표를 얻기 위해 메넴 정부는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재정운영이 방만해지고 공공부문 비효율성이 커지면서 다시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다.

시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정부가 개입해 규제하거나 억제를 하면 시장은 왜곡돼 활기를 잃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경우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첫째 이유는 '지식의 문제' 때문이다.

시장은 가격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생성한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수요는 사람들이 지불하려고 하는 가격에 나타난다. 생산에 필요한 자원의 상대적 희소성(稀少性)은 사업가가 노동과 원자재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에 나타난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기업의 이윤 변화에 나타난다. 정부는 시장 과정을 통해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이러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수집하여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시장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미 그 정보는 낡은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에는 항상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정치의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정치적 힘이 강한 이익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보다 정치적 결정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고임금과 고비용 구조를 낳고,혁신 능력이 떨어진다.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따라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변화하는 것만큼 빠르게 정부 규제가 완화되지도 않는다. 결국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글로벌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국민경제의 쇠퇴로 이어진다.

세계사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악화시켜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크기를 키운다. 정부의 크기가 아닌 시장의 역동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과 시장의 힘을 방해하는 제도와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며 국가 경쟁력이 제고된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커져가는 작금의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안재욱 <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