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특허로 돈버는거 볼때 보람"

한국인이 만든 첫 '특허괴물'
SPH아메리카 부대표 노소라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특허를 추가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의 특허도 넘겨받아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

한국인들이 만든 '1호 특허 라이선스 전문기업 (일명 특허괴물)'로 알려진 미국 SPH아메리카의 노소라 부대표(47 · 변호사)는 18일 서울 남대문로2가 한진빌딩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노 부대표는 한국 기업과 특허권 양도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지난 17일 방한했다. SPH아메리카는 2007년 설립됐다. 미국 대형 로펌인 피시앤리처드슨에서 근무했던 박충수 미국 변호사(대표),백석찬 미국 변리사(부대표)와 함께 만들었다. 돈을 주거나 수익 분배 약정 등을 통해 기업의 특허권을 넘겨받은 뒤 해당 특허에 대해 다른 기업들에서 로열티를 받거나 특허침해 손해배상을 받아 수익을 내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다.

2007년 ETRI의 제3세대 휴대통신 관련 특허 7개에 대한 전용실시권(타인의 특허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미국 등 외국 기업 10여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 부대표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83학번인 박충수 대표가 ETRI와 인연이 있었던 게 계기가 됐다"며 "한국 기업에 특허로 돈을 벌게 해준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ETRI의 특허는 3000억~60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수익은 ETRI가 최대 70%를 분배받는다. 그는 "ETRI가 국내에서 LG와 삼성 다음으로 외국에 출원하는 특허가 많아 현재 ETRI의 다른 특허들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PH아메리카는 한국계 사업가인 윌리엄손씨가 세운 미국 기업 디벨로프먼트 이노베이션그룹의 특허기술도 전용실시권을 넘겨받아 노키아,모토로라 등 10여개 외국 기업들과 소송 중이다. 휴대폰을 오래 쓰지 않으면 화면이 깜깜해졌다가 아무 버튼이나 누르면 다시 밝아지는 특허다. 노 부대표는 "현재로는 LG전자나 삼성전자 등 한국 휴대폰 업체들과 소송을 벌일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허괴물을 이용하면 소송에 있어 유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노 부대표는 "소송 당사자 기업은 미국 소송 때 관련 서류를 모두 넘겨줘야 해 업무에 큰 지장을 받는데 그럴 필요가 없고 상대 기업으로부터 해당 기업의 특허침해를 이유로 보복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SPH아메리카는 100% 한국 자본으로 운영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한국의 모 자산운용사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투자를 받고 있다.

노 부대표는 199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판사를 지내다 2002년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를 시작했으며,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피시앤리처드슨 등에서 활동했다. 김상헌 NHN 대표와 사법연수원에서 만나 결혼,자녀 둘을 두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