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일자리 걱정 안해본 엘리트들이 대책 만드니‥"

●'유연근무제' 全 공공기관으로 확대
근무시간 쪼개 늘린다지만‥효과는 미지수
응급처방에 불과‥복지비 등 비용부담 커
정부가 18일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의해온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임금체계,직급체계,계약형태 등 근로기준 전반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기업의 간접 비용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시간 근로비중 높여 고용 늘려정부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15~64세 고용률은 63.8%로 OECD 평균의 66.5%에 비해 2.7%포인트 낮다. 특히 여성 고용률은 53.2%로 4.3%포인트나 낮다. 선진국들의 경우 창조경제로 변화됨에 따라 단시간 근로를 중심으로 한 유연근무제를 확산시키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노동 경직성이 강해 고용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OECD 평균 주 30시간 미만 근로자의 비중은 15.5%에 이르지만 한국은 9.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를 유연근무제 도입의 원년으로 삼고 각각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에 관련 TF를 둬 상반기 중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기관별로 직무공유제,시간제 근무 희망자를 받아 우선 배치키로 했다. 또 공공기관 내 도입 촉진을 위해 인원 관리기준도 기존의 '정원' 대신,반일제 2인을 1인으로 환산하는 'FTE(Full Time Equivalent)'로 바꾸기로 했다. 민간 기업 중에는 올해 중 50개 중소기업을 선정해 선도기업으로 육성한다.
◆민간기업 도입 여부 '글쎄'

하지만 정부의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이 '밀어내기식' 단기고용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유연근무제를 채택할 경우 직장 내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하루 업무를 두사람이 절반씩 나누는 직무공유제 등을 통해 고용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업무 인수인계,교통비 등 복지비용,유연제 근무자에 따른 추가 보상 등을 감안하면 비용 증가가 만만치 않다"며 "국내 기업 일부가 도입했던 재택근무,시간제 등이 지지부진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정부 일자리 창출 정책이 구태의연하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가끔씩 정부가 만드는 자료들을 보면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마도 한번도 일자리 걱정을 안해본 엘리트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정책을 위한 정책,보고를 위한 보고서는 절박한 사람들을 더욱 답답하게 할 뿐"이라며 "자신들의 위치에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는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으로 정책을 고민하고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경봉/홍영식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