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 채널 '씨네프' 출범…극장 부럽지않은 케이블영화 경쟁

티캐스트 '씨네프' 3월 개국…CJ 이어 국내 2위 MPP로
시청률 20위내 영화채널 5개…국내외 인기드라마까지 방영
태광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자인 티캐스트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여성영화채널 '씨네프(cineF)'의 케이블방송채널 사용사업을 등록하고 내달 중 개국을 선언했다. 이로써 티캐스트는 기존 E채널과 FOX채널 등을 포함,총 8개의 채널을 보유하게 됐다. CJ미디어에 이어 국내 2대 멀티프로그램공급자(MPP)가 되는 셈.또한 티캐스트는 지난해 선보인 '스크린' 채널과 함께 영화채널 2개를 갖게 됐다.

씨네프는 여성을 위한 채널을 표방한 게 특징.일본영화 '해피 플라이트' 멜버른국제영화제 수상작 '셀위키스',프랑스 세자르 7개 부문 상을 석권한 '세라핀'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티캐스트 강신웅 상무는 "씨네프는 후발주자인 만큼 다른 채널을 따라잡겠다는 생각보다 국내 최초의 여성영화채널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며 "페미니즘 성향의 콘텐츠가 아니라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씨네프의 출범으로 10여개 영화채널들의 시청률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주요 영화채널로는 CJ미디어 계열 채널 CGV,XTM,CGV플러스(유료),온미디어 계열 OCN,수퍼액션,캐치온(유료),캐치온플러스(유료)에다 독자적인 MGM과 CNTV 등이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이 지난달 18~24일 100여개 채널의 평균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채널CGV,OCN,수퍼액션,XTM,스크린 등은 0.51~0.26%로 상위 9~19위에 랭크됐다. 방송계에서는 시청률 20위권의 채널들은 일반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본격 방송 개시한 '스크린'이 단기간에 19위로 진입한 것은 주목거리.최신 영화가 아니라 '빠삐용''늑대와 춤을''마지막 황제' 등 고전 명작들을 선보이는 전략이 주효했다. 또 전체 케이블 가구의 70% 이상에 방송되면서 낮은 번호를 확보했다. 이는 34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국내 최대 복수케이블사업자(MSO)인 모기업 태광의 파워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채널들은 일반적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방송채널로 평가된다. 채널CGV와 OCN은 CJ미디어와 온미디어가 각각 거느리고 있는 10개 채널 중 광고 매출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적으로 광고가 넘쳐 다른 채널로 넘기기도 할 정도다.

영화채널은 또한 장르에 따라 스핀오프 채널을 만들기도 쉽다. 가령 OCN과 채널CGV은 액션영화를 방영한 뒤 자매채널인 수퍼액션이나 XTM으로 넘겨 재방송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대신 인접 장르인 드라마로 채우기도 쉽다. 주요 영화채널들은 CSI 등 미국 드라마 시리즈도 함께 방송 중이다. 지난해 말 OCN은 인기 방송드라마 '아이리스'를 케이블 방송에서 첫 방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채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위권에 진입한 5개 채널 외 나머지는 5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상위 5개 영화채널의 영화채널 내 점유율이 90%를 넘어섰다. 마이너 채널들이 채널번호나 판권확보 경쟁에서 밀려났다.

판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화채널의 수익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판권 구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때로는 광고 수입으로 충당하지 못한다. CJ미디어가 최근 온미디어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도 경쟁 코스트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티캐스트가 영화채널을 개국하는 것도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한 케이블방송사 임원은 "티캐스트의 '씨네프'도 '스크린'처럼 모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이른 시일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시청가구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