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머징마켓의 약진

2016년쯤에는 아시아가 유럽과 미국을 앞지르고 글로벌 GDP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이 서구에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이를 이미 예상했던 HSBC에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새 조사에 따르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서구 경제와 한국과 같이 번창하는 이머징 마켓의 성장률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머징 마켓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지만 서구 시장은 그 신호를 간과했다. 이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했으며 이는 시장에 대한 신뢰 상실,신용 경색 및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오늘날 세계 시장은 회복세에 있으며,한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들이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HSBC이머징마켓지수(EMI)는 2009년 3분기 55.3에서 같은해 4분기 56.1로 상승했다. 이는 EMI가 43.8로 최저치를 기록한 1년 전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다. EMI는 2007년 후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EMI는 14개 이머징 마켓의 구매 관리자 약 50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제조업 및 서비스업 부문의 경기 활동을 측정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성장을 나타낸다. 최근의 조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고 아시아와 남미 이머징마켓 간 무역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와 회복이 이전과 다른 점은 이전의 경제 위기시에는 나머지 모든 국가가 서구의 회복을 기다려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서구 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이머징 마켓은 서구가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무역과 서비스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이머징 국가 간 의존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HSBC는 중국경제가 2009년 8.7%의 성장률에 이어 2010년에도 9.5%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2010년 미국 성장 전망치의 3배 이상,그리고 서유럽의 6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와 내수가 원자재 및 상품의 수요를 견인하면서 타 이머징 국가들의 수출 소득 증가를 가져왔으며,부진한 선진국 경제 회복에 직면한 원자재 생산국들에 완충지 역할을 했다. 높은 원자재 가격은 선진국들의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머징 마켓에 대한 전망이 아주 긍정적이긴 하지만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 생산 비용 상승,공급업체의 배송시간 지연 및 제조업체의 생산 능력 한계 등이 잠재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인플레이션이며,정책 결정자들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HSBC가 이머징 마켓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낙관론을 꺾지 못한다. 서구 경제가 10년 동안의 긴축정책을 펴는 동안 아시아 및 남미 이머징 국가들은 흥미진진한 경제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매튜 디킨 < 한국HSBC 행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