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1분기 경제지표 괜찮으면 5~6월께 금리 인상 시도할듯

● 한국 '출구전략' 빨라지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인상함으로써 한국의 출구전략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할인율 인상은 향후 정책금리 인상을 위한 준비작업이기 때문에 미국보다 경제사정이 나은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다.

출구전략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폭 완화해 놓은 재정 통화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집계된 이후 4월부터 유동성 환수,외화대출 회수,외화지급보증 폐지 등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책금리(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12개월 연속 연 2%로 동결해 오고 있다. 미국이 재할인율을 인상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은은 하반기께나 돼서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의 금융긴축,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 등이 터져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된 데다 미국이 재할인율을 인상하고 나서자 사정이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이자 지난해 성장률이 -2.4%로 곤두박질친 미국마저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위한 문고리를 잡은 만큼 지난해 0.2%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낸 한국이 하반기까지 출구전략을 미루는 것은 다소 늦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고 통화정책 기조변경 시점을 잡는 데 1분기 경제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오는 5~6월께 기준금리 인상 시작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이 총재의 퇴임을 앞둔 3월이나 새 총재가 취임하는 4월에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1분기 경제활동 중 핵심지표인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가 4월25일께 나온다. 만약 1분기 성장률이 예상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나온다면 5~6월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폭에 대해선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한은 내부에선 연 3.0~3.25% 수준까지 단계적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상돼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출구전략과 관련해 국제공조가 필요한 부분은 하지만 구체적인 출구전략 집행 부문에서는 나라마다 경제발전 단계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독자적 출구전략을 언급한 것은 윤 장관이 처음이다. 이제까지는 국제공조에 무게중심을 둬 상반기 중 출구전략은 곤란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정부는 재정 쪽 출구전략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총예산을 292조8000억원으로 편성,지난해에 비해 9조원 줄인 데 이어 오는 8월께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계획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7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20개 복지 및 고용대책 사업을 내년에는 대거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재정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각종 비과세 · 감면제도도 정비할 계획이다.

박준동/이태명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