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도요타 친구들…'도요다 일병 구하기'

美 10개 공장 일자리 수십만개…중간선거 앞두고 청문회'민감'
WSJ "의회와 폭넓은 인연"…주지사들도 "살살 때려달라"
릭 페리 미국 텍사스주 주지사는 지난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가 지역구인 헨리 쿠엘라 연방 하원의원에게 특별한 청탁을 했다. 오는 24일 하원 감독 · 정부개혁위원회에서 열리는 도요타자동차 청문회에서 도요타 편에 서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쿠엘라 의원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요타 때리기'에 동참할 생각은 없었다. 샌안토니오에는 툰드라 트럭을 연 9만대 생산하는 도요타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쿠엘라 의원은 "안전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동시에 도요타가 미국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도 고려해야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사진)이 미 의회의 압력에 못 이겨 24일 미 하원 청문회 출석을 수용하면서 미국 내 친(親)도요타 정치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 정계에서 전방위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구 고용 사정에 민감한 의원들로선 지나친 '도요타 때리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 상당수가 도요타 편에 섰다며 1980년대 일방적인 '일본 때리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의회 청문회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용 인원으로 보면 도요타는 미국 기업으로 오해를 살 수 있을 정도다. 1984년 미국에 첫 공장을 가동한 이후 26년이 지난 현재 도요타 공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3만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명의 일자리를 도요타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1988년 도요타 공장이 들어선 켄터키주의 경우 9161명이 직접 고용돼 있을 뿐만 아니라 도요타가 납부한 세금이 주정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미국 전역에 총 10개의 도요타 공장이 들어서 있다.

도요타 공장이 가동 중인 주의 주지사들이 잇따라 의회에 도요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다. 미치 다니엘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스티브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 등은 지난주 도요타 청문회를 맡는 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도요타가 성의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선정적인 언론 보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단순한 일자리 문제 이상의 '인연'을 맺고 있는 정치인들도 상당수다. 도요다 사장이 참석하는 하원 감독 ·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 하루 앞서 별도의 청문회를 개최할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의 제인 하먼 의원은 도요타 미국 본부가 있는 토런스를 지역구로 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남편은 도요타 하청업체를 운영하면서 도요타에서 스톡옵션을 받는다. 다음 달 2일 도요타 청문회를 여는 상원 통상과학교통위 위원장 제이 록펠러 의원은 도요다 가문과의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1998년 그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 공장을 유치하기도 했다. 행정부에서 도요타 문제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스틱랜드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국장은 취임 전 8년간 통상과학교통위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록펠러 의원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도요다 사장은 청문회에서 힘든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감독 · 정부개혁위원회 소속 의원 41명 가운데 도요타 공장이 있는 곳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한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