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G2 패권전쟁'] (下) 워싱턴의 人權 "中도 예외 없다"…베이징의 主權 "내정간섭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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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컨센서스 대충돌
몰아 붙이는 美: 수단 민간인 학살의 배후…中 국영기업 주식매각 압박
맞받아치는 中 : 패스트푸드 KFC 불매운동…美 공격 위한 100만 해커 양성
중국의 해커가 반정부인사의 G메일(구글의 이메일)계정을 검열한 데서 비롯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엄청난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 권리"(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라는 미국의 공격에 대해 중국은 "서방사상의 식민지가 되지 않을 것"(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이라고 반격했다. 워싱턴의 컨센서스가 '인권'이라면,베이징의 컨센서스는 '주권'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을 놓고 양국이 맞서는 것이나,류샤오보 변호사 등 중국의 반정부 인사에 대한 구속을 놓고 벌이는 설전도 따지고 보면 인권과 주권의 대립이다.
◆'학살주(株)'를 처분하는 미국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올초 미국 교직원연금공단은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등 중국국영기업 주식 6000만달러어치를 매각했다. 중국이 수단을 지원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2003년 다르푸 사태 등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계속해서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수단정부의 무기구입자금은 바로 중국 국영석유회사들이 수단의 유전에 투자한 돈이라는 것.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 워런 버핏도 똑 같은 이유로 2007년 페트로차이나주식 11.05%를 전량 매각했다. 미국 언론은 당시 "버핏이 '학살주(株)'를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회사들이 도덕적 결격사유로 투자기피대상이 될 만큼 미국은 중국의 인권상황에 최악의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2월 인권보고서를 통해 "죄수에 대해 탈법적인 살인과 고문이 시행되고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선 종교와 문화적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복잡한 호구제도를 통해 사실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고 △불법 구금과 도 · 감청이 자행되고 있으며 △집회나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점에서 중국을 인권 야만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간판급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 · 폐막식 고문자리를 마다한 것도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불매카드'로 반격에 나선 중국미국의 패스트푸드업체인 KFC는 2008년 중국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올림픽을 전후로 외국에서 중국의 티베트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프랑스의 까르푸와 더불어 KFC가 희생양이 된 것.당시 네티즌들은 "중국의 존엄을 훼손한 것을 응징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미국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신들의 제도와 사상을 강요하는 제국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한다. 달라이 라마나 중국의 반정부인사에 대한 조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내정간섭이며 주권침해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비민주성을 이야기하지만,미국의 제도가 우월하다는 증거가 없다며 "중국은 삼권분립을 반대한다"(우방궈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인권보고서를 작성,흑인의 25%가 절대빈곤층이고 연간 980만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중잣대를 거두라"(마자오쉬 중국외교부 대변인)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데 선봉에 선 게 인권단체라면,중국은 100만명의 '헤이커(黑客 · 해커)'들을 통해 서방을 경계하며 공격하고 있다. 불법단체이지만 버젓이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회원을 공개모집하는 중국해커연맹의 도덕규범 제 1호는 '중국과 중국민의 이익을 수호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주권을 지킨다는 명분이 불법적 행위에 대한 죄의식을 희석시키고 있고,중국 정부 또한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메워지지 않을 갈등의 골홍콩 현대중국문제연구소 리창싱 부소장은 "미국은 자유와 민주라는 이념을 전파했지만 선(善)의 수호신이라고 하긴 어렵고 중국은 신흥강국으로 부상했지만 글로벌 리더로서 제시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전쟁에 개입해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 한 미국이나,반정부는 범죄라는 확고한 틀속에서 통치하는 중국은 모두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인권'이나 '중국의 주권'은 모두 각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개념이라는 것.따라서 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헤게모니 싸움에서 '인권'과 '주권'의 대치는 쉽게 끝날 수 없으며 계속해서 갈등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