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 1나눔] (29) 교보생명 '다솜이 숲해설봉사단' 은퇴 노인들의 숲속 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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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도 희망도 무럭무럭!
"선생님,여기 보세요. 새싹이 돋았어요. " "어머~정말이네.여러분,이렇게 새싹이 나온 걸 보니까 이제 겨울이 지나가고 곧 봄이 오려나 보네요. "
지난 17일 서울 신내동 배봉어린이집 아이들이 근처의 봉수대공원으로 야외 체험학습을 나왔다. 한 아이가 막 싹을 틔운 쑥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 소리치자 숲해설가 선생님이 다가와 쑥의 생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선생님이 쑥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다른 한 무리의 아이들은 곤충 번데기를 발견했다며 공원 출입구 쪽에 나 있는 나무계단 주위로 몰려들었다. "봄이 되면 번데기가 나비로 변해 훨훨 날아 다닐 것"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번데기를 유심히 관찰했다. ◆7년간 3000여명에게 일자리
이날은 교보생명이 후원하는 '다솜이 숲해설봉사단' 소속 숲해설가들이 배봉어린이집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생태 체험학습 날이었다. 교보생명은 2003년 3월부터 숲생태지도자협회와 손잡고 숲해설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사업단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숲해설가 선발과 교육 등에 관한 일은 숲생태지도자협회가 맡고 있다. 2007년부터는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기업'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도 일부 받고 있다.
'다솜이 숲해설봉사단'의 특징은 모든 숲해설가들이 만 55세 이상의 퇴직자들이라는 점이다. 교보생명은 퇴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소득을 유지하고 인생 2막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대상자를 만 55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서류 및 면접심사를 통과하고 숲생태지도자협회에서 실시하는 3개월간의 전문 교육 과정을 마치면 숲해설가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신체적으로 건강한지와 일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숲해설가를 선발한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숲해설 사업이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자로서의 인품을 갖췄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난 7년간 3000여명이 숲해설가로 활동했다. 80만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들과 함께 자연을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총 15억5800여만원을 후원했다.
◆수업 전 현장답사 등 열의
'다솜이 숲해설봉사단'의 숲해설가들은 주로 서울과 경기도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평균 일주일에 3일,하루 6시간씩 생태수업을 진행한다. 한달 보수는 평균 60만원 정도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이들은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4년째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판남씨(65)는 "10년 이상 젊어진 기분으로 살고 있다"며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냥 쉬면서 취미생활만 하고 지내는 것이 더 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일을 해야 사는 게 사는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백순분씨(60)는 "숲해설가로 일하면서 주변의 나무 한 그루,풀 한 포기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에 넘친다. 예를 들어 교육일정이 잡히면 숲해설가들은 미리 해당 유치원에 가서 교실 구조를 비롯한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주변에 현장 학습을 할 만한 공원이나 뒷산 등이 있는지를 살핀다. 사전답사가 끝나면 답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안도 작성한다. 1년에 한번 이상은 20~30시간의 보수교육에도 참가한다. ◆체험학습 위주 자연교육
교보생명이 숲해설봉사단을 통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목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숲해설봉사단이 실시하는 생태수업의 60%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수업 방식도 독특하다. 전체 수업시간이 90분이라면 교실에서 하는 이론 수업은 30분 이내로 끝낸다. 그런 다음 주변의 공원이나 숲으로 나가 흙을 만지고 풀내음을 맡는다. 팀을 나눠 곤충 울음소리 흉내내기 등의 게임을 하기도 하고,산과 나무를 그리기도 한다. 아예 처음부터 남산,서울숲 등에서 현장학습만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판남씨는 "아이들에게 꽃 향기를 맡아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무껍질을 씹어보게 하기도 한다"며 "오감을 통한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봉어린이집의 권슬하양(4)은 "그림책에서만 보던 풀벌레와 꽃을 현장학습 때 가서 직접 보니까 매우 신기했다"고 말했다. 홍상식 교보생명 교보다솜이지원팀 과장은 "노년층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체험을 통한 생태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공헌활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