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항공·철강株, 2009년 4분기 실적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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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강ㆍ하이트맥주 등은 올 1분기 영업익 주목
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 수준인 902개사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약 95%에 달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만으로도 4분기 실적의 전체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급증세를 보였던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4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개사 중 7개사는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못 미치는 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주,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포스코 동국제강 등 철강주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환율 하락에 기업 이익 모멘텀 약화
21일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가 있는 373개사 가운데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110개사로 전체의 29.5%에 불과했다. 나머지 70.5%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비교해도 23.4% 감소했다. 작년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30.3% 급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 4분기 들어 적자로 돌아선 곳도 90개사에 달했다.
조승빈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4%가량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니 더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그러나 "기업들이 지난해 연간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면서 연말에 성과급을 많이 지급했고 올해의 경쟁 심화에 대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린 것도 4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특수 요인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4분기 이익이 감소한 다른 요인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이란 지적이다. 김기형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모멘텀이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물량은 작년 9월을 정점으로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영업이익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매출이 전 분기보다 소폭(1.7%)이나마 증가세를 이어간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매출은 작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며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 항공 · 철강 1분기 전망도 양호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서도 자동차 · 항공 · 철강 업종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업종의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2.7% 증가한 8372억원,기아차도 31.4% 늘어난 4118억원을 기록했다. 문정업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평균 환율이 3분기보다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원가를 절감한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는 원 · 달러 환율 하락과 여행 수요 회복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면서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53.9% 급증했고 아시아나항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철강주도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5.9%,91.5% 늘어났다. 김동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철강주의 경우 4분기에 국제 철강가격 상승에 따른 업황 회복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비 감소가 실적 개선의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업종은 올 들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에 비해 8.0% 증가했고 항공업종은 31.9% 늘어났다. 철강업종도 2.8% 증가했다. 이 밖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대한제강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60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847% 늘어나고,하이트맥주 아모레퍼시픽 LG생명과학 등의 1분기 영업이익도 20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이익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김동윤/박해영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