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프장 '입회금 소송'] '5년후 반환' 조건 분양…회원들 "올 것이 왔다"

제주 C골프장을 상대로 입회금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되자 골프장업계와 10만여 골프회원권 보유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입회금이 회원권 시세보다 높은 골프장들은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음 회원을 모집할 당시 '5년 후 입회금 전액을 돌려준다'는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회원이 요구하면 입회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 내 골프장들의 현실은 막막하다.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2004년 11개에 불과하던 제주도 골프장은 현재 27개로 급증했고,5~6개 골프장이 개장을 준비 중이어서 곧 30개를 넘을 전망이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대부분 골프장이 평일에는 적자운영을 감수하고 있다. 골프장 운영 자체가 힘겨운 실정이다.

여기에다 CJ,GS,현대 · 기아차,롯데 등 대기업 계열이 아닌 대다수 골프장은 입회금을 공사비 · 운영비 등으로 이미 사용했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레이크힐스제주CC는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2007년 만기가 도래한 회원 500명에게 1억5000만~2억5000만원의 입회금을 돌려주기도 했다. 반환 입회금의 일부는 3000만원짜리 저가 회원권을 분양해서 조달했고,일부는 회사 돈을 보태 해결했다.

저가 회원권 분양은 골프장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회원권 가격하락을 부추길 수 있어 대다수 골프장은 이마저도 쉽게 따라하지 못한다. 뾰족한 타개책이 없는 골프장들은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는 회원들에게 기존보다 조건이 좋은 회원권으로 전환해주는 등의 미봉책을 제시하며 탈퇴를 막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적정 골프장 수는 18홀 기준 450~500개인데 올해 그에 도달한다. 따라서 지방 골프장을 중심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도산도 우려되므로 회원권 분양요건 강화,콘도 · 빌리지 등 골프장 내 체류시설 허용 등을 통해 골프장들의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