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잇는 장수기업 나오게 상속세 납세유예제 도입해야"

취임 3주년 맞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대담 : 최승욱 과학벤처중기부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55)은 '명분'보다는 '실적'을 중시한다. 장 · 차관 등 고위 공무원을 만나 덕담처럼 주고받았던 중소기업 지원 약속들을 메모한 뒤 추후 시행 여부를 확인한다. 정부 및 국회,협동조합 등을 상대로 한 정책간담회가 끝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직원들에게 "진척상황을 보고하라"는 회장실의 지시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중앙회 직원들은 과거보다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볼멘소리를 내다가도,'할 말 하고 할 일 하는 중앙회'로 변모한 대목에선 김 회장의 리더십을 인정한다.

오는 27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김 회장은 그간 총 651건의 정책과제를 발굴,이 중 46.4%인 302건을 정책에 반영시켰다. 가업승계를 돕기 위한 세제 개편,대기업 시장참여를 제한하는 사업조정제도 개선,소상공인 경영환경 개선책 등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최승욱 과학벤처중기부장이 지난 19일 김 회장을 만나 올해 추진할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역점 사업은.

"취임 후 3년 동안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민원의 절반밖에 해결하지 못한 듯싶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올해도 전 임직원이 현장을 누비며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관련, 중소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적극 유도하겠다. 실질적인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 "

▼경기회복세에 따라 정부가 출구전략을 검토 중이다. 언제쯤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할까. "국가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데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중소기업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출구전략은 선진국과의 정책공조속에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살아나고 경기회복에 대한 신호가 확실해진 후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는데,이들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 중소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상당부분 대기업에 좌우된다. 중소기업들이 겨우 공장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박한 마진을 받고는 시설투자에 나설 수 없고 경쟁력도 키울 수 없다. 이럴 경우 결국 피해는 대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다. 납품단가조정협의회 등이 법제화됐지만,실질적인 상생협력을 하느냐 여부는 대기업에 달려 있다. 중기중앙회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경영성과 배분결과 등 상생협력 실태를 진단하고,수 · 위탁관계 및 불공정거래관행 조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지원책을 이끌어 냈지만 아직도 독일 일본 등에 비하면 미약한 편이다. 명문 장수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은.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상속세의 대폭적인 감면 및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상속세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절실하다. 내지 않은 세금은 상속자가 주식 자산 등을 팔아 현금화할 때 부과하면 된다. 주식을 상속받았을 때 과세하지 않고,매도할 때 부과한다면 능히 변칙증여를 막을 수 있다.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전체 세수(稅收)의 1%도 안 되는 상속세에 대한 정부 당국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변칙상속이 횡행하고,이로 인한 부담으로 문 닫는 회사가 생기면 이는 국부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기술경쟁력을 가진 우수 중소기업들을 세계 무대로 내보내 경쟁시켜야 한다. 이래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 기업들이 배출될 수 있다. 중앙회는 올해 KOTRA와 업무협약을 체결,중소기업들이 오대양 육대주 구석구석까지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와의 공조를 통해 '한일부품산업교류전'을 정기적으로 주최해 무역역조를 해소하는 한편 국내 부품산업의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겠다. "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 해결책은.

"대 ·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로 인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용 미스매치의 배경에는 정보 부족도 한몫한다.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구직정보를 원활히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다. 아울러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현장 위주의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중소기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일자리 지키기'에 급급했지만 이젠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힘을 보탤 여력이 생겼다. 중앙회를 중심으로 벤처기업협회,여성경제인협회,이노비즈협회 등 14개 중소기업 관련단체들이 조만간 '중소기업 일자리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제기했던 키코(KIKO) 관련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이 1심에서 패소했는데."키코는 은행 측이 고객에 대한 '고지' 의무를 저버린 잘못된 계약상품이다. '제로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양 기업을 속이고,실제로는 계약에 포함된 '프리미엄 계산표'를 조작함으로써 엄청난 마진을 챙겼다.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약서를 조작한 것은 명백한 사기며,이로 인한 계약은 무효가 돼야 마땅하다. 검찰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이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중앙회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 "

정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